85. 행복의 씨앗을 품고 잘 키워가길...

by 최순자

주야,

오늘은 행복에 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구나. 나도 그렇게 너도 그럴 테고,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새해 덕담으로 가장 많이 하는 말도 '행복하라.'이지 않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행복의 조건을 얘기하지. 20세기 인류의 발견이라고도 하는'꿈의 해석'을 쓴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일, 사랑, 놀이를 행복의 조건으로 보았단다. 영문학자였던 고 장영희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 내일의 희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들었지. 나에게 행복의 조건을 말하라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사랑, 일, 희망이라 말하겠다. 사랑은 사람뿐 아니라 사물, 자연, 사회에도 해당한다. 일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 하겠다. 희망은 기대, 소망,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목표가 될 수도 있겠지.


내가 쓴 책에 사인할 때 상대에 따라 다르지만, '마음과 희망을 나눠요.'라고 쓰는 경우가 많단다. 남은 삶을 생각하면서, 마음과 희망이라는 단어를 품었단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마음을 나누면 살 것인가?라는 개인적 과제를 부여했지. 또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희망에 대해 조금 더 얘기 나누고 싶구나. 앞에서 고 장영희 교수도 희망을 말했고, 나도 희망을 행복의 조건으로 넣었지. 또 한 사람이 있단다. 바로 네 할아버지란다. 언제가 명절 때 할아버지 집에서 노트에 적으면서, 할아버지 살아오신 삶을 얘기 나눴단다. 그때 여쭤본 것 중 하나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오셨어요?'였지. 그 물음에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였다고 하시더구나.


너도 알다시피, 할아버지는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온갖 고생을 하셨지. 게다가 한국전쟁, 일본 징용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힘듦을 온몸으로 겪어내셔야 했지. 자식들을 가르칠 때는 이웃과 농협에서 돈을 빌려야만 했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서랍에 남겨두신 수첩에는, 돈을 빌렸다가 갚은 목록이 스무 장이 넘더구나. 그런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희망을 품으셨던 거지.


주야,

지금까지 행복하려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말했지. 그런데 배영순 역사학자는 "행복의 씨가 있어야 행복이 자랄 수 있는 토양(=조건)이 필요한 것이지, 행복의 씨가 없는 데야 행복의 조건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더구나. 행복하려면 조건이 아니라, 행복의 씨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아.


그럼 행복의 씨앗은 무엇일까? 각자 가지고 있는 품성, 달리 말하면 태도나 자질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성실함, 부지런함, 솔직함, 여유로움 등을 말하는 거겠지. 늘 성실하고 부지런하다면 하는 일에서 어떤 성과를 낼 것이며, 솔직하고 여유롭다면 다른 사람과 관계가 좋지 않을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내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면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겠지. 그럼 자연스럽게 앞에서 말한 일, 관계, 사랑이라는 행복의 조건은 충족되지 않니?


배 교수의 행복의 씨앗 중, 내가 품고 있는 씨앗이라면, 근면 성실함, 끈기, 배려 등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크게 말하며 사회에 대한 애정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어떠니? 네가 가지고 있는 좋은 씨앗이 분명 있을 거야. 그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렴. 또 더 필요한 씨앗은 지금 심는다면 언젠가는 행복이라는 열매로 거둘 수 있겠지.


주야,

행복은 상대적이 아니고 절대적이라는 거야. 내 안에 행복이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남과 비교가 아닌, 너만의 행복 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길 지켜봐 줄 게.




keyword
이전 07화71. 말은 신중하게, 위로와 감사의 말은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