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게 된 나의 여자친구들에게
제1장. 어떻게, 왜 임신하게 되었나
다들 오래 전부터 결혼과 아기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 나는 아니야. 미래에 대한 특별한 생각 없이 그저 살아왔어. 결혼을 결심한 건 웃기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드는 비용(시간이나 돈)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특히 아기는 전혀 생각이 없었지. 다른 사람들은 보통 계획을 하고 생각을 한다는데, 내가 만약 계획하고 생각을 했다면 결과가 지금이랑 달랐을까?
내가 아기를 가져야겠다! 마음먹은 건 20년 8월이야. 휘담이가 태어나기 딱 1년 전. 담이가 생긴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인데, 2019년 12월에 남편과 결혼하고 시간 날 때마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자 계획했는데 딱 한 달 뒤인 20년 1월에 코로나로 전 세계가 아팠어. 정말 아무 곳도 못 가고 발이 묶여 있으니까 그때 든 생각이 ‘일상이 심심한데 아기나 낳을까?’였어. 무지했지.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임신, 출산’이 무섭지 ‘육아’가 더 큰 일이라는 건 몰랐어. ‘심심’이란 단어를 대체할 일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지. 어린 아기를 기르고 있는 사람은 물론, 결혼한 친구들도 주변에 많이 없었거든.
나는 사실 임신을 마음먹은 때부터 피임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아기가 생기는 줄 알았어. 생리 전 배가 욱신욱신한 걸 아기가 생긴 거라고 생각하고 배를 쓰다듬으며 걸었지. 그렇게 8월, 9월, 10월이 지나고 11월 초에 임신이 한 번 됐어. 임신 테스트기에 아주 흐린 두 줄을 보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친한 부장님과 동료들에게 설레발로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그 날 오후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사로 아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너무 일찍 가면 초음파가 안 보여서 피검사를 함.) 그 다음 날 나는 수업 중 많은 양의 하혈을 했어. 그때 온 아기는 내 자궁에 자리를 못 잡고 떠나가 버렸어. 자연스럽게 유산하는 걸 ‘화학적 유산’이라고 부르던데, 의학적 용어는 아닌데 통상적인 표현이라고 해.
#화유증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온 ‘화유’는 큰 증상은 없었지만 생리통이 보통 때보다 심하게 오고, 나오는 혈액의 양은 일반 생리 양에 비해 3배 정도 많았어. 몸이 힘들기보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온몸으로 울었지.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본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는 내게 곧바로 임신 준비를 하지 말고 몇 달 기다리고 했어. 습관성 유산이라고 유산이 몸에서 습관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지. 세상에, 습관성 유산이라니 말만 들어도 무서웠어. 근데 나는 왠지 기다리고 싶지가 않았어. 이건 그냥 엄마의 느낌이랄까. 지금 왠지 아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 의사의 말을 뒤로 하고 다시 시도를 했고 그때 생긴 아기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휘담이야.
그래서 의사의 말을 어기고 임신을 시도한 것을 권유하느냐? 당연히 아니야. 유산을 하게 되면 의사의 권고대로 쉬는 게 좋아. 그런데 나는 아주 임신 극 초기인 3-4주에 화유가 진행됐었고, 하혈 후 바로 다음 날부터 인가 배란일의 증상들(점액이 분비되고 체온이 높아짐.)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나는 본능적으로 ‘이 때 시도하면 임신이 무조건 되지 않을까?’ 느꼈고 그래서 시도했었어. 내가 겪었던,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너의 상황, 그리고 의사의 권고를 종합해서 결정하길 바라. 무슨 결정이든 틀렸다고 말 할 수 없지. 모두 아기를 위한 결정일 테니.
#임신_전_이것만_한다면
임신 준비를 할 때 반드시 이것만은 꼭 해줘! 하는 것들이 있어.
1. 부부 모두 엽산 먹기 2. 비타민D 챙겨 먹기 3. 술, 담배 금지
# 엽산과 비타민D를 먹어야 하는 이유
엽산은 태아의 신경관결손을 예방해주는 역할을 해. 쉽게 말하면 아기의 기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 엽산은 임신을 한 후에도 적어도 16주까지는 복용을 해야 하는 영양제야. 비타민D도 같은 의미로 태아의 조직, 골격, 내장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아주 필수적인 영양제라고 할 수 있고, 비타민 D는 체내에 부족하지 않게 일정한 양을 꾸준히 먹어주는 게 좋아.
남편의 정자가 튼튼한 것 역시 중요하니까 임신 전 예비아빠도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엽산을 3개월 이상 복용하라고 말해주고 싶어.
막상 피임을 안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걱정이 될 거야. 원래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임신은 되기 어렵고(가임기 임신 확률: 20-30%) 까다롭다는 것이 사실인 걸. 내가 공부한 바로, 임신이 잘 되려면 배란일 직전에 정자가 미리 난자 근처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고 해. 그러니까 배란일을 기준으로 2일 전에 관계를 갖고 배란일에 갖고, 그 이후에 또 가지면 임신이 될 확률이 높지(이러한 시도를 맘카페에서는 ‘222’라고 불러, 날마다 시도하는 건 ‘111’). 그리고 포도주스! 배란일에 포도주스를 먹으면 임신 확률을 높인다는데 이건 의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나는 먹었어. 맛있으니까 임신 준비할 때 한 잔 먹어봐.
또 몇 달을 시도해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혼자서 답답해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배란일도 받아보고 인공수정이나 시험관도 도전해 보길 추천해. 고민은 아기를 만날 시기만 늦출 뿐.
#아기천사가_잘_찾아오지_않는다면
혹시나, 몇 년 준비했는데도 아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친구야. 사람의 일은 하늘의 일이라고 하잖아. 너의 탓이 절대 아니야. 그저 주어진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바라. 나는 아기가 없는 삶도 정말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해. 휘담이가 없었어도 나는 잘 살았을 거야. 아기가 있어야 잘 살고 행복한 건 절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