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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Sep 09. 2023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텅 빈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취업을 하고 나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복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일찍이 삶의 목표는 고민할 것 없이 경제적 독립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일찍 일자리를 구했고, 역설적으로 동시에 삶의 목표가 사라졌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질문이 치기 어리고 지극히 낭만적인 질문이라 치부했지만,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이 질문을 고민했습니다. 인간 실존을 탐구하고, 질문했던 철학가의 책을 읽고 해답을 구하려고 했고, 비슷한 나이대의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도 했지만 뚜렷한 삶의 의미를 찾진 못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지만, 바쁜 업무 덕분에 이 끈질긴 고민은 잠시 멈춰졌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최근에 인공지능(AI) 관련 강의를 두 차례 들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들었던 강의인데, 강사님은 대체 가능한 직업으로 교사를 언급하더군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선생님, 선생님이 대체된대요.’ 하며 저를 놀렸습니다. 뭐, 교사뿐만 아니라 현재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필연적으로 말입니다. 이미 우리는 가게에서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주문을 받는 일에 익숙합니다. 로봇이 음식을 전해주는 것도 당연 놀랄 일이 아니고요.


     그러다 문득 이렇게 모든 것이 대체된다면 반드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필요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했던 수많은 일들이 대체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권태로운 삶뿐일 테니까요. 해결하지 못하고 미뤘던 질문은 역시 이렇게 갑자기 또 찾아왔습니다.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AI가 아니라도 언젠간 필연적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AI 덕분에 질문을 좀 더 빨리 만나긴 했지만요.


     행위와 사고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저로서는, 솔직히 AI가 두렵습니다. 단순 작업 행위는 물론이고, 고차원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행위도 AI가 대체하고 말 테니까요. 그렇게 모든 행위들을, 사고들을 AI가 하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과연 인간 삶의 의미는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니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이런 세상에서는 사랑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I가 모든 것들을 대체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진다고 해도, 좋아하고,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 그런 삶은 꽤 공허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AI의 발전이 노동의 삶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삶을 음미하고, 향유하고, 즐기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들도 해 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어떤 능력이 대체 불가능한 능력인지 찾으려고 하는 거지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질문입니다. 그런데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가득한지 사색하고, 탐구하는 삶도 필요해 보입니다. 텅 빈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더욱이요. 모든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대체되는 세상에서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든든한 삶의 중심이 되고, 존재의 이유가 되어줄 테니까요. 그러려면 때론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세계를 이해하려는 넉넉한 마음도 필요할 것이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 용기도 필요할 테지요.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AI가 그다지 두려운 존재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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