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 Nov 09. 2023

완벽한 엄마보다 부족한 편안함

하마터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 뻔했다



밤이 늦었는데, 잘 생각이 없는 아이는 게임을 하겠다고 우긴다. '이제 잘 시간이야' 아무리 말해도 엄마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여러 번 말해도 아이의 우김은 계속된다. 결국 나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아이가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실랑이를 멈추었다. 곧이어 후회와 자책이 몰려왔다. 화내지 않고 다독여 재울 수 있었는데, 왜 나는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냈을까? 조금만 기다리면 잠잠해질 잠투정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아이 친구들의 엄마와 대화하다 보면 나처럼 아이를 울려서 재우는 집이 종종 있다. 그 엄마들도 자는 아이의 얼굴과 팔, 다리를 쓰다듬으며 스스로 부족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엄마가 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지혜롭고 자상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한 게 엊그제 같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보며 기특하다고,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기도하듯 말한 게 수만 번이다. 그러나 실상은 매일 아이와 싸우며, 엄마의 뜻대로 아이를 휘어잡는다. 






SNS를 보면 아이가 세 명, 네 명 있는 집인데도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게 꾸며놓은 집이 있다. 방바닥에 장난감 하나 흐트러져 있지 않고, 책은 책장에 곱게 꽂혀 있다. 아이의 옷은 항상 깨끗하고 외식하는 모습마저 드라마와 같이 단정하다. 이유식도 잘 만드는지 아이가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내 아이는 내가 만든 이유식이 맛없는지, 먹기보다 가지고 놀기 바쁘다. 온 바닥에 뿌려 놓아 청소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린다. 엄마가 청소하는 사이 아이는 다른 방에 들어가 장난감과 책을 있는 대로 꺼내놓는다. '여러 종류의 것을 꺼내놓고 노는 아이가 창의력도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조용히 설거지하러 간다. 






남들은 육아와 집안일을 수월하게 잘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한없이 힘들기만 하고 부족한 것 천지일까? 죄책감과 함께 우울함이 밀려온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내 삶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하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아이는 잘 놀다가 심심해지면 엄마에게 매달리는 건데, 왜 난 그 잠시를 못 견디고 화를 내는 걸까?


내 안에 자리한 완벽한 엄마 콤플렉스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내 머릿속에 이상적인 엄마를 심어 두고 그렇지 못한 나를 계속 질책하니 힘들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집이 좀 지저분해도 그냥 두고 아이와 놀면 된다. 지금 당장 청소하지 않아도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몸이 천근만근인데, 억지로 일어나 설거지하고, 청소를 했다. 몸이 피곤하니 감정 조절을 못해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아이가 잠든 후에는 자책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완벽하기 위해 자책감을 갖고 사느니 부족한 편안함을 즐기는 편이 낫다. 아이도 매일 화를 내는 엄마보다 집이 조금 지저분해도 함께 놀아주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놓지 않아도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 안에서 배울 수 있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엄마의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의 마음에 행복함을 심어줄 수 있다. 






장난감을 치우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아이와 놀이하듯 함께 해보면 어떨까? 엄마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배달 음식도 먹어보자. 너무 깔끔한 집은 아이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편안할 수 있도록 적당히, 부족한 상태로 두자. 


어느 집이든 겉으로만 완벽해 보일 뿐, 진짜 완벽한 집은 없다.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적당히 편안하고 행복한 우리 집이 최고다. 엄마여! 부족한 편안함을 누리며 살자. 



이전 06화 엄마의 삶에 우울이 찾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