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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Nov 14. 2023

빈틈 육아, 실수하는 엄마가 필요해!

아이를 위해 완벽해지려 노력하지 말자!



실수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똑 부러지고 야무져서 뭐든지 잘하네!'라는 칭찬을 받을 때 행복해했다. 자신이 잘 못하는 것, 부족한 부분을 남에게 보이면 남들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형편없는 사람으로 볼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보다 잘할 수 있는 일만 찾아서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럼없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긴 세월 타인에게 빈틈을 보이면 밉보인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서른 후반에 엄마가 되었다. 실수하는 걸 싫어하고, 되도록이면 줄이고 싶었기에 육아하는 것도 팍팍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불편한 점이 없는지 생각해서 미리 치워놓고는 했다. 






아이가 식사하기 전에 음식 흘릴 것을 대비해 식기 아래에 매트를 깔아놓았고, 흘리면 바로 닦을 수 있도록 휴지와 물티슈를 항상 아이 옆에 두었다. 외출할 때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차 트렁크에 많은 아이용품을 싣고 다녔다. 놀이터 근처에 손 씻을 물이 없을까 봐 차에는 항상 생수 2~3통이 있었다. 아이는 매 순간 부족함과 불편함 없이 즐겁게 보내기만 하면 됐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 엄마가 있으니 아이가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할 거라 믿으며 만족했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하는 엄마가 바로 옆에 항상 있었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필요한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는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빵점이었다. 아니 그보다 무서운 재앙이었다. 






아이는 아가일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뭐든 엄마에게 그려달라고 했다. 나는 신이 나서 자동차도 그려주고, 동물도 그려주고, 나무도 그려주고, 사람도 그려주었다. 아이는 엄마가 그려주는 그림에 아주 만족해하며 며칠 동안 잘 갖고 놀았다. 


아이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았다. 엄마가 충분히 잘 그려주니 직접 그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아무리 열심히 그려봤자 엄마보다 잘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빈틈없는 엄마는 아이의 그런 마음도 모른 채 실물과 더 비슷하게 그리려고 노력했고, 점점 잘 그리게 되자 스스로 만족했다. 아이의 수준에 맞춰, 아이보다 1~2살 어린아이가 그리듯 어설프게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그런 후 '더 이상 못 그리겠어'라고, '엄마의 실력에서는 이게 최선이야'라며 아이에게 도움을 청했야 했다. 그랬다면 아이는 엄마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며 좀 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그림 실력을 높이느라 아이의 자신감은 떨어뜨리고 있는 줄도 몰랐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는 마음의 상처도 잘 받았다. 못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았다. 올해 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미술 시간에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학기 초에는 선생님의 격려에 시도를 좀 했으나 여름 방학 직전에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서는 자신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한 명뿐이지만, 학교에 들어가니 대부분의 친구가 자신보다 그림을 잘 그렸을 것이다. 아이는 남들보다 못하는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다. 






엄마인 나는 집안일이든, 육아든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됐다. 빈틈 육아, 실수하는 엄마가 되었어야 했다. 어른인 엄마가 넘어지고 실수를 하는 것을 보이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줬어야 했다. 엄마도 실수한다는 것을 알고, 아이인 자신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미흡한 부분과 실수한 부분을 인식하고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면서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 그래야 인생이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인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하려면 엄마인 내가 빈틈을 보이고, 기꺼이 실수해야 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에게는 다가가기 힘들다. 친근감과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타인에게 빈틈을 보여주자. 사람들은 상대방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결점을 보완해 주면서 더 친해진다. 완벽한 사람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내 친구는 완벽하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잘 맞는다. 

- 알렉산더 포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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