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58분, 59분, 8시. 땡.
줄을 서서 기다리고 볼펜을 빌린다. 이곳, 보호병동에선 볼펜도 위험물건 취급하기에 간호사실에서 빌려 쓸 수밖에 없다. 기다려서 겨우 쓰는 말은 어제 하지 못했던 말들이다.
'애인에게 더 다정한 말을 해줄 걸.'
'오늘은 선생님에게 어떤 말을 해야겠다.'
'어젯밤에는 어떤 일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시시콜콜한 말. 내겐 그 모습이 꼭 유치원 다녀와 겨우 만난 엄마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오랜 시간 기다려 겨우 만나 하는 말이지만 엄마 앞에서는 뭐든 소중한 말이 되니까.
그런 게 좋다. 내가 느낀 게 제일 중요하고, 내가 주목받는 것. 누군가의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내게 볼펜과 일기장이 갖는 의미는 이렇게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