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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Jan 18. 2023

[소설] 초이의 미소

  웃는 모습이 예쁘긴 쉽지 않다. 얼굴 온갖 곳에 주름이 져 구겨지고, 우왁스러운 소리가 나고, 침이 튀기고. 그럼에도 웃음이 예뻐보인다는 건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겠지.     


  초이는 웃음이 예쁜 사람이었다.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그녀의 웃음이 화사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해사하게 웃는 사람이었다. 초이가 웃을 때 그 시선을 좇아가면 행복이 있었다. 초이가 사랑하는 것들이 행복했기 때문에 초이는 웃었다. 초이는 남의 행복에 진정으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웃을 때는 얼굴이 구겨질 수밖에 없지만 초이의 시선에는 구김살이 없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아니, 이번에 내 친구가 석사를 딴다잖아.”

  그래, 석사를 따는구나. 내 친구놈이 석사를 딴다면 그냥 그럴 것 같은데, 초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누군가의 기쁜 일은 곧 초이의 기쁨이었다. 한 번쯤은 시기질투를 할 법도 한데, 내가 곁에서 본 초이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초이를 처음 본 건 학교 연못에서였다. 나는 원체 웃음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초이의 웃음이 예쁜 것도 있었지만, 초이가 이목을 끌었던 건 저렇게 매사에 밝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워낙 세상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초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학교 안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오리에게 배추를 주고 있는 초이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꼭 동물과 교감하는 듯했다.

  “여기서 얘네들한테 먹이 주시면 안 돼요.”

  “어어, 배추인데도 안 돼요? 과자도 아닌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며, 학교에서 이미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하자 초이는 그제서야 배추를 끌어안으며 오리로부터 치웠다. 그 후에도 몇 번씩 초이를 마주쳤다. 초이는 오리를 좋아한다며 그래서 우리 학교에 자주 놀러온다고 했다. 고등학교까지만 나와 이렇게 학교 다니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멋있어보인다고 얘기하는 초이의 눈에는 순수함이 반짝였다. 당장 이 대학에 다니는 나조차도 명문대에서 떨어졌다고 명문대생을 시기질투하고 있는데, 초이는 그때부터 나와 달랐다.     


  그런 초이가 처음으로 화를 낸 적이 있다. 친구들에게 초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초이가 오리를 좋아한다고 밝히자 초이를 놀리는 것인지 계속 오리고기 얘기를 꺼내는 친구에게 화를 냈다.

  “왜 계속 오리고기 얘기를 하는 거야? 넌 이게 재밌어?”

  “아니 왜, 나도 오리 좋아한다고. 오리고기. 꽥꽥.”

  초이는 씩씩거리며 분을 삭이지 못했고 나는 그런 초이의 뒤를 따르며 자리는 파토났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주거나 축복해주지는 못할망정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화가 났고, 그 친구는 연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그날 한 가지를 배웠다. 초이가 어떤 마음으로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지. 초이는 누군가 행복해하는 모습 그 자체를 보며 행복함을 같이 느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불행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초이의 불행을 보며 화가 났던 것처럼.   

  

  그날은 초이가 좋아하는 오리를 보러가기로 한 날이었다. 가는 길에 사고가 났다. 처음 충격을 받았을 때 내가 의식이 남아있길래 초이도 멀쩡할 줄 알았는데, 초이는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살아남았는데, 초이는 죽었다. 평생 행복하게 웃을 것만 같았던 초이의 시신은 입꼬리가 축 늘어져있었다. 그와 대비되게 초이의 영정사진은 웃고 있었다. 웃음 끝에 늘 행복이 걸려 있던 초이의 시선이었는데 저 사진 속 초이의 시선에는 나의 절망이 걸려 있었다. 영정사진에서 예쁘게 웃는 초이의 모습이 처음으로 기괴해 보였다. 그 이후로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다. 초이만큼 예쁘게 웃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초이처럼 누군가가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이가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사회생활을 위해 간신히 웃을 뿐이었다. 내가 웃는 것마저도.    

 

  하늘은 여전히 맑고, 연못의 오리들은 여전히 부리로 나를 쪼아댔다. 하지만 같이 보고 웃어줄 초이가 없었다. 초이라면 웃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웃겼다. 너무 웃겨서 하늘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웃기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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