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남동쪽 구석, 이오니아 해가 옆에 있는 시라쿠사만 바로 옆에 시라쿠사가 있다. 2700년이나 된 이 도시는 고대 지중해 세계의 주요 세력 중 하나였을 뿐 아니라 아르키메데스 (BC 287-212)의 고향이기도 하다.
나무 벤치 몇 개만 있을 뿐, 사람들의 흔적도 드문 어느 바닷가, 쓸쓸한 바람 속에 홀로 그곳을 지키고 서 있는 동상이 있다. 오른손에는 청동 거울, 왼 손에는 컴퍼스를 들고 바다를 근엄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의 발치에는 "유레카 (알아냈노라)"가 새겨져 있다. 이 동상의 주인은 바로 매력적인 천재 '아르키메데스'이다.
시라쿠사에는 '그를 기념하는 아르키메데스 광장이 있다. 하지만 그 광장의 중앙에는 아르키메데스 대신에 '산타 루치아'라는 성녀 조각상이 있을 뿐이다. 그를 기념하는 작은 아르키메데스 박물관이 있다고 하지만, 시라쿠사 어디에도 아르키메데스를 기리는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시라쿠사의 빼곡히 들어선 집과 집사이, 그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시라쿠사 왕이 던져준 황금 왕관의 진위 여부를 해결하는 문제에 고민하다 머리 좀 쉬자며 욕조에 들어갔다 깨달음을 뿜어대며 발가벗은 채로 거리를 뛰어다니는 그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는 매력적인 천재다.
세계 수학사의 3대 거장 ( 뉴턴, 가우스, 아르키메데스 )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잠시 그의 업적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지루하더라도 잠시 참아주기 바란다. 스크롤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면 잠시 자제해 주기 바란다. 그는 3대 거장이니깐!)
그는 원주율이라고 말하고 π라는 쓰는 이 숫자를 발견하는 등, 순수 수학에 몰두하는가 하며, 응용 수학자의 기원이 되기도 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나선펌프가 있다. 그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복합 도르래를 설계한 뒤, 힘들이지 않고 커다란 배를 들어 올리게 했다. 여전히 오늘날에도 파나마 운하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규모 선박은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 이동한다.
카르타고와 로마의 전쟁에서 시라쿠사는 BC 214년 로마군에 포위된다. 시라쿠사 인들은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지렛대를 응용한 도르래로 사람과 화물을 가득 실은 군함이 바다 위를 미끄러지게 달리게 했다고 한다. 태양 광선을 반사하는 거대한 육각형 거울을 조립해서 로마군의 배를 불태웠다는 초신화적인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의 공학적 업적은 단연코, 적인 로마에도 널리 퍼졌고 로마 사령관은 이 위대한 과학자를 절대 죽여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시라쿠사가 로마에 함락되던 날,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의 아름다운 도형을 그려놓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신의 도형 그림을 밟은 로마 병사에게 " 내 도형을 밟지 마라!"라고 외치고 병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사건 덕분에 아르키메데스의 정확한 사망연도를 알 수 있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 시대 그리스 수학은 오로지 기하학 공부가 이데아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산술을 중심으로 한 대수학이나 실용적인 산술과 같은 영역은 등한시되었으며 그것은 노예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 시대를 살았던 아르키메데스는 어찌 보면 상당히 모순적이었다. 그리스 순수 기하학에 가치를 두면서도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그 기술이 자신의 국가가 처한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아르키메데스, 그의 머릿속에는 논증적인 그리스 수학과 실용적 기술이 대립하는 모순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비주류인 수학의 실용성과 현실성을 강조하며 수학의 영역을 도약시킨 장본인이다.
나에게 충분히 큰 지렛대와 움직이지 않는 받침점을 준다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이겠다
아르키메데스가 했던 수많은 도전은 모순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부딪치고 무언가를 이겨내며 만들어낸 고귀한 결과물이다.
나에게 충분히 큰 지렛대와 받침점을 준다면 지구라도 들어 올리겠다는 그의 포부는 그래서 더욱 멋지다.
내가 지금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를 찾아내고 그 지렛대를 어디에 놓을지 살핀 후, 있는 힘껏 들어 올려야 한다.
자신이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과대평가하지 말 것이며 성공할 수 있다는 나 자신, 우리 자신의 가능성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지렛대를 찾아 우아하게 지구를 들어 올려보자.
지구를 들어 올리겠다는 아르키메데스의 말은 자기 안의 모순, 세상의 모순을 이겨낸 승리자의 외침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