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두리e Mar 06. 2024

도전 :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경험을 샀다

혼자 하지 못하면 함께 하면 된다


큰길을 벗어나 주택가가 있는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예쁜 화분이 빼곡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가보니 작은 책방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 책방.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책방을 방문하려면 차는 두고 오거나 주차 장소를 찾기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각오를  해야 한다. 발품 팔아 찾아가는 곳이 동네 책방이다.



대형 서점에서는 주로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책, 요즘 핫한 책들에 자연적으로 관심이 가는 데 지기님의 선호도가 들어간 책방의 책들은 생소한 분야의 책이 꽤 많다. 자주 가는 책방의 지기님은 지구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 주제의 책들을 접할 수 있다. 한 권 한 권 소중한 책들, 자신의 주인을 위한 소중한 기다림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도 자신과 딱 맞는 주인이 있다.


나는 매주 두 번, 책방에 간다. 낭독 모임에 참여한 것은  5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작년 여름 무렵 이곳에서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일본어 공부다. 일본 애니메이션 대본을 함께 읽고, 듣고, 단어를 공부하고, 때로는 시험도 친다. 한 달에 한 번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나카무라'상이 오는 날이면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뒷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프리토킹이 가능하냐고? 그렇지 않다. 나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겨우 더듬더듬 읽으면서 시작했다. 주말을 보내고 집에서 늘어져 있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월요일 현관문을 나서는 것은 함께 하는 학인들과 책방지기가 있기 때문이다.


계절은 깊어 단풍으로 물들던 작년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블로그 모집글이 있었다. '모짝모짝글쓰기'

글쓰기 프로그램은 블로그를 뒤적이며 다닐 때, 여러 블로거분들의 프로그램에 참 많이도 참여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프로그램에 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프로그램의 네이밍이 예뻐서였을까. 인플루언서'책 읽는 소소'님의 기획 프로그램이다. 그녀의 <나와 시선의 만남> 책에 수록된 주제를 기반으로 매일 글쓰기를 했다. 우울감으로 지치고 나른했던 그때, 글쓰기를 하고 소소 님의 진정성 있는 댓글을 매일 읽으며 감성을 회복했었다. 작가님의 바운더리에 어떻게든 끼이고 싶었다.

 



나는 혼자 무언가를 도전하지 못한다. 아니 도전은 수도 없이 한다. 생애 처음 미라클모닝을 하고 싶어 며칠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작심삼일이 되었다. 지인이 10 km 마라톤에 출전하는 것을 보고 동경한 나머지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30분 달리기를 시작해 보았지만 한 달하고 발목이 아파 정형외과를 찾은 이후로는 그마저도 끝내버렸다.


도전은 하지만 끝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인내력이 바닥이다. 때로는 방법만 숙지해 놓고서는 언젠가 마음을 먹으면 '나는 할 수 있어! 해낼 수 있어!"라는 생각만 가진 채 시도하지 않는 오만을 부릴 때도 있다.

 

그래서

늘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나를 넣어 둔다.

학인을 옆에 두고 리더를 따르며 동행을 배치한다.  

혼자 끝까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떻게 하는지 다는 오만을 발휘하며 적당히 구겨 넣어 버릴 것을 알기에.

 

히라가나만 겨우 알고 시작해 더듬더듬 읽던 일본어는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문단 단락을 끊어가며 무리 없이 읽어 낸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시작해 '벼랑 위의 포뇨'를 읽는 동안 수많은 임계점을 지나왔다. 초짜배기가 중급 난이도를 마구잡이로 하고 있는데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날 괴롭혔다. 나름 단어도 외우고 문장도 외워가지만 선생님이 질문하나 던지면 단박에 머리가 새하얘진다. 공부를 하면 사실 상위 30% 안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 그룹에서 하위 20%다. 다른 학인들은 유창히 읽어내고 단어도 척척 말하는데, 나만 버벅대며 이러고 있는 꼬락서니에 하염없이 자괴감이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런데 자괴감도 8개월에 접어드니 서서히 단어들이 눈에 보이고 연결되고 문장도 만들어졌다. 어느새 스며들었나 보다. 눈으로 읽고 외우고 말하는 것을 토대로 학우들은 단체톡방에 매일 쓰기를 인증하고 제출하는데 암기 속도와 기억의 시간이 늘어감을 스스로도 느낀다. 토토로를 만났고 포뇨와 작별하며 소스케를 보낸 다음에는 누구를 만나게 될까. 올여름에는 일본어능력시험 5급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이것도 물론 학우들과 함께다.


'모짝모짝글쓰기'의 소소 님은 우리 연대를 브랜딩 한다. 매일 칼럼을 주고 브런치 작가 도전을 독려하고 책 쓰기를 속삭여주는 '나의 보스'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반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제 없이 끄적이던 내 브런치 공간에 숨을 불어넣어 주셨다. 소소 님이 던져주시는 주제들을 기반으로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화려한 주제들과 탁월한 글쓰기의 브런치 세상에서 아직 나의 콘텐츠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브런치북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에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혼자 하지 못하면, 함께 하면 된다.

함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매일 하지 않고 못 베기며 그것은 곧 루틴이 된다.

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생각지도 못한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 본다.

경험을 얻고 팔고 싶은가?


도전하라!!!


#소소

#책읽는소소

#모짝모짝글쓰기

#대구진책방



이전 04화 안녕 : 굵은 똥이여, 나오게 해 주소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