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몇 번 바꿔보셨어요?

Stay Hungry! Stay Foolish!

by 점프

8. 2020

여기 세 여자 사람이 있습니다.

A는 평범한 아이 엄마입니다.

7살 된 첫째가 있습니다. 그리고 배속에 9개월 된 태아를 품고 있는 만삭의 임산부입니다. 결혼 전 사무직으로 일했고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둘째 입덧이 아주 심했지만 이제 잠잠해졌고 이제 아이 낳을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B는 10년간 계약직으로 7개의 직장을 옮긴 여자 사람입니다. 직장을 많이 옮겨 다녔지만 성격이 모나서라기보다 정규직이 되지 않아 옮긴 것뿐입니다. B는 계약직이지만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했어요. 큰 프로젝트를 맡아 6개월 동안 휴일 반납은 기본이며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카랑카랑하게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있어요.


C는 아직 미혼인 여자 사람입니다. 3년간 스튜어디스에 지원해 계속 떨어졌지만 아직 25살 싱그러운 나이죠. 스튜어디스가 꿈이라서 대학 4년 그리고 취준생 3년간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를 혹독하게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10일 단식 다이어트가 엄청난 요요를 불러와 하루아침에 67kg로 몸이 띵띵 부었어요. 많이 상심하고 자존감도 떨어져 있지만 영어공부를 한 덕에 가벼운 영어회화를 하고 영어로 이메일을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셋 중에 누가 지금 당장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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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A입니다.

정말로 A 임산부가 막달에 출산 예정일을 20일 앞두고 정규직으로 채용이 되었어요. 그리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으로 지금까지 두 딸을 잘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A, B, C는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A는 6년 전, B는 10년 전, C는 16년 전 저의 모습이에요.


*꿈의 직장 취업을 위해 잘못된 다이어트로 몸과 마음이 망가진 사람

*10년 동안 7번의 직장을 바꾼 사람

*아이 낳고 4년 동안 경단녀로 살아본 사람

*32살에 수능을 보고 폭망 성적표를 받은 사람

*33살에 대학에 편입한 사람

*둘째를 임신하고 막달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


이게 바로 저입니다.


직업 몇 번 바꿔보셨어요?



저는 마흔한 살의 특수교사입니다.

6년 전, 둘째를 배속에 품은 지 9개월... 만삭 임산부의 몸으로 임용고시를 합격을 했어요.

교사가 되기 전에는 꿈의 직장인 스튜어디스를 계속 떨어졌고, 7번이나 직장을 옮긴 전적이 있지만 지금은 순탄한 타인의 인생보다 스무고개쯤은 넘은 듯한 내 인생이 더 정가고 좋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영어학원이었습니다. 스튜어디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냥 놀 수는 없었던 취준생 시절,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면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보니 영어강사가 딱이더라고요. 3년간 나의 어린 수강생들의 실력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영어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영어로 말하고 읽고 쓰기가 되었으니까요. 덕분에 타업종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네 번째 직장은 무역회사 해외영업부였습니다. 처음 회사라는 곳에 출근을 해본 터라 정장을 예쁘게 차려입고 출근했습니다. 출근 첫날, 면접 볼 때는 수출할 곳을 발굴하고 시제품을 보내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했는데... 예쁜 정장이 무색하게 공장에서 박스 포장을 줄기차게 해댔습니다. 영세한 중소기업이라 일손이 부족했는데 마침 내가 딱 들어와 줬던 거죠. 나는 박스&테이프와 씨름하며 좌절했고, 공장 사람들은 사무직 나부랭이였던 나를 못마땅해했습니다. 그곳에서 3개월 인턴생활을 마치고 저의 네 번째 직장과도 이별을 했습니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직장은 놀랍게도 대학교입니다. 짧은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대외협력, 인력양성 사업을 하는 대학교 사업단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언어교육원 직원 공채시험에 합격해 이직을 했어요. 처음으로 한 곳에서 4년 11개월을 몸 바쳐 일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정규직이 수 없다는 걸 알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일곱 번째 직장은 초등학교 영어회화 전문강사입니다. 그곳에서 가르치는 즐거움을 뼛속까지 느껴봤습니다. 제가 그만둘 때 가르치던 귀여운 학생들은 눈물을 보였어요.


그렇게 돌아돌아서 교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너무 되고 싶어 32살에 다시 수능을 보았고 완전 폭망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엔 특수교육과에 편입을 했어요. 2년의 편입 생활 그리고 1년 임용고시 공부 후.. 7살 아이의 엄마이자 9개월 만삭의 임산부가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6년 전일입니다. 전 지금 작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3일 시작한 브런치 작가는 다시 저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처음엔 나 같이 취업을 향해 힘들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좌절하지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남에게 주고자 하는 위로 글이 내 마음도 치유해 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안 가슴이 뛰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글은 제가 시도하는 여러 시작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저는 인생이 마치는 날까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계속 찾을 것입니다. 스무 고개 아니 서른 고개를 넘어도 간절함과 배고픔이 있는! 그리고 어리석은 듯한! 이런 저의 인생이 좋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븐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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