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고양이 봉고 - 4

by 곡도




[자, 이제 나가보렴.]


작가가 말했다. 그러나 봉고는 문이 활짝 열린 방 문 앞에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 거실로 나가 봐. 이제 이곳이 너의 세상이니까.]


그러나 봉고는 그저 앉아만 있었다.


[언제나 시작은 어려운 거야.]


작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세상이 너를 좋아할지 싫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널 좋아할 거란 보장은 없단다. 널 싫어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뭐, 이제 곧 알게 되겠지. 그리고 어느 쪽이든 적응하며 살기 마련이지.]


봉고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깜빡이며 자기 앞에 펼쳐진 무한한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 뒤에서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휴, 드디어 문이 열렸네. 한 달 만에 말이야.]


머리가 말했다. 그러자 또 다른 머리가 나타났다.







[어, 여기 까맣고 조그마한 게 있어.]


그러자 다른 머리 하나가 더 문 뒤에서 빼꼼히 솟아올랐다.






세 개의 머리가 봉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렇게 조용한 새끼 고양이는 처음 보겠네.]


첫 번째 머리가 말했다.


[그러게.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게 새끼의 본분인데 말이야.]


두 번째 머리가 말했다.


[겁먹었나 봐.]


세 번째 머리가 말하자 첫 번째 머리가 고개를 저었다.


[겁먹은 얼굴은 아닌데.]


[그럼 우리가 겁먹은 건가?]


두 번째 머리가 말했다.


[어쩌면.]


세 번째 머리가 말했다. 봉고는 그들을 번갈아가며 멀뚱히 쳐다보았다.


[아, 친구들이 인사하러 왔구나.]


작가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서로 인사하렴. 너희들은 이제부터 함께 살아야 한단다. 평생 말이야. 나도 알아. 갑작스럽고 어이가 없고 끔찍한 일이지. 이왕이면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선택의 여지는 없어. 애초에 너희들이 원해서 이곳에 살게 된 것도 아닌걸. 그런데 사실 우리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굳이 태어날 필요가 없는 아이들을 일부러 낳아서 상관도 없는 타인들을 억지로 형제로 엮어놓고 마치 불쌍한 고아들을 데려와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그들에게 우애와 효도와 감사를 강요하지. 하지만 최소한 나는 없는 생명을 일부러 만들어낸 건 아니니까 그들보다는 떳떳하지 않니? 너희들이 달리 갈 곳 없는 고아들인 것도 사실이고. 아, 유세떠는 건 아니야. 난 너희들에게 우애니 효도니 감사 같은 걸 바라지는 않을 거야. 너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너희들이 죽을 때까지 서로를 증오하고 이곳을 지옥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니.]


그리고는 작가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아아, 난 정말 애완동물 같은 건 키우고 싶지 않았는데, 벌써 5마리나 되다니.]


그리고는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그들을 내버려 둔 채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잠시 동안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이윽고 첫 번째 머리가 말했다.


[이름이 뭐야?]


봉고는 잠자코 첫 번째 머리를 쳐다보았다.


[왜 아무 말이 없지?]


두 번째 머리가 말했다. 봉고는 잠자코 두 번째 머리를 쳐다보았다.


[말하고 싶지 않니?]


세 번째 머리가 말했다. 봉고는 잠자코 세 번째 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때 작가가 문득 생각난 듯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 참, 그 애 이름은 봉고란다.]


세 개의 머리는 한참 동안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수군거렸다. 그 사이에 봉고는 문밖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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