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 윤 Aug 30. 2023

SICK CALL

항공기 승무원의 엄마 일기


국내선 비행 중 정신없이 몇 번의 보딩을 하고 승객들의 짐을 여기 저기 올려주고 가쁜 숨을 후- 하고 내쉬는 찰나에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온다.


'어? 이 시간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면 안되는데?'


전화를 받을 새도 없이 안전 업무를 해야되서 아이 할머니에게 연락해달라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낸다.


'어머니 비행중이신가봐요 ㅠㅠ 수호가 열이 나네요 힘든지 축 쳐져서 연락드려요 수호 하원해야 될 것 같아요'


마음이 쿵 - 하고 내려앉는다.

이미 나는 집을 떠나왔고 아이는 내 손을 떠난 상황이다. 하필이면 2박 3일 스케줄로 당장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


여차저차 마음이 엉켜가는 동안에 속절없이 비행기는 이륙한다.


하늘에 떠있는 50분 동안 내 마음은 가시밭길이다.


'얼마나 아프길래 연락이 온거지' '오늘 아침에 괜히 샤워를 시켰나' '밥을 잘 안먹긴했는데 군것질이라도 먹였어야했나' '어머님 혼자 케어해주셔야할텐데 너무 고생하시겠다' '아프면 나 찾을텐데 미안해서 어쩌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걱정과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어떻게 비행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혼자만의 생각속에 갇힌 ,길고 긴 50분의 시간이 지나고 무사히 착륙 후 받은 메세지 .


쳐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헤죽거리며 웃고 있는 아이의 사진 하나

사진에 덧붙이는 메세지가 없다는 것은 우리 어머님도 정신없이 아이를 케어하고 있다는 상황

걱정 가득안고 비행하고 있을 며느리를 위해 급하게 사진이라도 찍어 보내주신 우리 어머니


아이의 상황에 다행스러우면서도 죄송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내 손을 떠난 상황에서 아이가 아파버리면 방도가 없다.

하늘을 건너 바다를 건너 갈 수도 없을 뿐더러 2박, 3박의 스케쥴이면 떠나있는 그 시간동안 혼자서 바싹 마른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도 아이를 케어하는 그 외의 양육자들도 나의 빈자리를 채워넣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건 정말 어려움이 많다.

상황적으로도 어렵고, 마음은 더더욱이나 어렵다.

매 순간 의연해지면 좋으련만 모든 상황들이 다 처음이기에 , 초보 엄마이기에 많은 것들이 어렵고 생소하다.


언제쯤 슈퍼맨 엄마처럼 다 잘해낼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 엄마처럼 모두를 다 잘 보듬아줄 수 있을까 우리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커다란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존경스럽다.



 


이전 04화 아이러니한 직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