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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윤 Oct 14. 2023

나의 자매들(2)

항공기 승무원의 비행일기


나는 언니를 좋아한다. 

내 여동생이 나를 그렇게 좋아해 주듯 나도 언니를 그렇게 동경하며 좋아했던 것 같다. 

언니가 입는 옷이면 나도 따라 입고 싶었고 언니가 읽는 책이면 나도 따라 읽었다. 

동생이랑은 다른 색감과 냄새로 언니와의 유년시절을 기억한다. 


엄마랑 아빠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주로 언니랑 나는 둘이서 같이 놀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나는 집에서 얌전히 책을 읽거나 뒷마당에서 혼자 공기놀이를 했었고 그때마다 언니가 옆에 있었다. 


우리 언니는 사내대장부 못지않게 괄괄했다. 

같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어떤 남자애가 신발주머니로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한 그날은 , 그 남자애는 우리 언니한테 뒤지게 얻어맞고 나한테 사과를 했었던 그날이 참 기억이 남는다. 


물론 우리 언니도 여느 자매들 못지않게 나를 괴롭히기도 하였다.

한때는 언니 때문에 엇나가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기억이 미화된 걸 보니 난 여전히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크게 기억하는 언니와의 유년시절은 피아노방에서의 기억이다. 


나는 유일하게 언니랑 손잡고 지낸 가족들 중 하나일 것이다. 

스킨십에 유독 부끄러워하는 언니는 지금도 엄마랑 손가락 하나도 못 걸 정도로 그렇게 무뚝뚝하고 투박하다. 

그러던 언니랑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꽤나 컸을 때까지 손잡고 다녔다. 


특히 밤에 잘 때는 깍지까지 끼고 잠이 들곤 했다. 


손가락 다섯 개 꼭 꼭 깍지 끼고, 먼저 잠들기 전까지 서로 안 잔다는 사인으로 한 번씩 번갈아가며 손을 움켜잡았다.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늘, 나는 내가 먼저 잠들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손잡자고 하면 얻어터지겠지만 저 투박하고 조막만 한 언니의 손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나이가 38살, 34살이 되어도 여전히 피아노방에서 키득거리다가 엄마한테 혼났던 그 시절의 우리가 여전하다. 



신기하게도 우리 언니랑은 참 많은 게 교감이 된다. 

음식, 책, 색깔, 느낌, 결 등등 무형의 그 어떤 것들이 말하지 않아도 교감이 되는 게 신기하다. 

유년시절을 같은 결로 보낸 시간들은 참 귀하고 쉬이 얻지 못하는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감사히 선택받은 나의 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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