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험한 추억들
성냥이란 아름다운 오브제라고 생각한다. 가느다란 나뭇개비 한 편에 반질 반질한 머리가 달려있는 것도 귀엽고, 탁- 그어서 불을 켜는 모습에도 주술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로 향초를 켤 때 성냥을 사용하는데, 초에 불을 붙이기 전에 이미 성냥개비가 연소하면서 내는 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럴 때 불의 존재는 아주 작음에도 또렷하다.
물건을 모으는 일을 경계한다. 이미 책이고 옷이고 화장품이고 남보다 배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인 데다, 쏟아지는 물건의 홍수 속에서 일을 해오면서도 마음 한 편으론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간결하고 단단하게 살고 싶은 바람에서다. 더군다나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물건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어, 틈틈이 쓸데없는 물건은 부지런히 나누고, 보관하고, 버려왔다.
그럼에도 이 성냥 몇 개는 여태 살아남아 내 곁에 있다. 십 년도 더 전에 갔던 그리스 여행에서 담배를 피우던 친구가 준, 애초에 성냥은 하나도 없던 빈 성냥갑. 파리에서 친구들과 몇 번이나 갔던 브런치 가게의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은 성냥. 민정이가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라쟈냐 가게라고 데려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가져온 성냥. 그도 아님 출처도 기억나지 않는 빛바랜 것이지만 없앨 이유도 딱히 없는 성냥까지. 작고 위험한 예비 불꽃들. 다 합쳐 보관해야 제일 작은 트레이에도 모두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