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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Jul 15. 2022

이러쿵저러쿵

 1 여름,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불현듯 마주치게 되는 .  꽃의 이름은 능소화다. 그걸 알려준  마루 선배.   전인가 여름밤 길을 함께 걷다 내가 먼저 ‘ 꽃을 보면 하와이가 생각나요(알고 보니  꽃은 중국에서 왔다)’ 했는데, ‘능소화 말이야?’라고 대번  이름을 얘기해서 놀랐다. 그렇게 랜덤한( 기준) 꽃의 이름을 아는 멋진 사람이  선배라니. 이제 능소화를 마주칠 때마다 선배 생각이 더해지는  선배는 모르겠지. 선배는 이제  뒷자리에 앉는다.


 2 와락 안긴 친구(A) 품에서(껴안아 인사한다) 천사 같은 향이 나서 그렇다고 했더니  자리에서 향수를 선물 받았다. 누가 쓰는 향수를 선물 받긴 처음이다. 누가 쓰는 향수를 따라  적도 없다. 내가 쓰는 향수를  적은    있다. 시각이 의식의 영역이라면 후각은 상대적으로 무의식의 영역 아래 있는 듯싶다.   몰랐는데 받고 보니 향을 주고받는 일은  에로틱한 일이었다.


 3 친구(B)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사이 그는 거대한 슬픔을 지나고 있었다. 내게 밝은 목소리로 ‘괜찮아지는 이라고 하니, 되레 그가 나를 위로하는 형국이다. 괜찮아지는 중이라 함은 괜찮다가,  괜찮다가, 괜찮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괜찮은 감정이 점차 희석되는 것이다. 그에게 ‘괜찮아지는 순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라고 얘기했다. 웃기는 순간에 웃고, 배고픈 순간에 음식이 당기면서 나는 그가 스스로를 탓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화를 끊으면서 나는  마음을 다해, 그러나 부디 아무렇지 않게 들리기를 바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선 그러지 않을 나의 착한 친구 대신 내가 신을 저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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