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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Apr 21. 2020

그는 치킨 홀릭, 나는 엠파나다 홀릭

#07. Chicken&Empanada

그는 먹는 것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간 내가 수도 없이 실패해온 다이어트 식단이 그의 평소 식단과 아주 비슷한데, 주로 닭가슴살을 먹거나 그렇지 않으면 삶은 계란이나 오트밀, 스테이크와 샐러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과자나 젤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맵고 짠 게 당기는 날도 별로 없어 보였다. 그. 러. 나. 그런 그가 환장하고 먹는 음식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이었다.


닭이라면 대부분의 요리를 다 좋아하는 그이긴 하지만,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은 정말 유난히 맛있어했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 때문에 처음 먹어봤을 땐 내심 놀래는 눈치였다. 그 이후부터 데이트 중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땐, '치킨?????'이라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오케이 되곤 했다. 양념 치킨은 양념에 마늘 맛이 너무 강하고 매워서 그다지 좋지 않다고 했는데, 후라이드의 바삭한 튀김옷은 극찬하는 그였기에, 우리는 특히 후라이드가 맛있는 치킨집을 찾아다녔다. 그중 하나가 뉴저지 Palisades park에 있는 페리카나치킨이었는데, 갓 튀겨낸 치킨과 감자튀김이 최고였다. 치킨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된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도 이 곳은 어설프게 흉내 낸 치킨집이 아니라 제대로 치킨을 튀길 줄 아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그와 함께 나는 그 당시 엠파나다(Empanada)에 푸욱 빠져 있었다. 엠파나다는 스페인 전통 요리인데, 한국의 만두와 비슷하지만 만두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좀 더 두꺼운 피를 사용하지만 바삭한 맛이 있었다. 속 재료에 따라 Beef, Chicken&Pork, Cheese, Seafood&Vegetable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특히 Yellow Rice&Beans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였다. 나는 주로 묵직한 맛이 좋아 Pork를 선택해 먹곤 했는데, 그는 apple pie 필링이 들어간 엠파나다도 좋아했고, 오레오가 들어간 엠파나다도 디저트 느낌으로 먹곤 했다.


서로 식문화가 다르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이 맞을 땐 한 없이 기뻐서, 한동안 함께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음식 찾기에 혈안일 때가 있었다. 라면, 초밥, 파스타, 한국식 BBQ 등 웬만한 건 다 시도해본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1. 치킨(튀김옷이 바삭한 후라이드 치킨, 날개&봉)

2. 떡(소스가 묻어있지 않는 그냥 떡볶이 떡)

3. 일본식 라면(맨해튼 이치란 라멘)

4. 할랄푸드(할랄 가이즈 느낌의 Chicken Platter-그는 토마토, 양빠 빼고)

5. 엠파나다(+Yellow Rice&Beans 필수)

6. 한국식 BBQ(돼지고기보단 소고기)

7. 볶음밥(우스터소스를 사용한 야채 햄 볶음밥)


이 정도로 순위를 매길 수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이 특히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게 되는 게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일이었나? 하며 '앞으로 더 많이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같이 사는 그날이 오면 그를 위한 특별 메뉴도 많이 많이 만들어줘야지. 다짐했다.




* 엠파나다는 주로 Long island에 있는 Island Empanada매장에 가서 먹곤 했는데, 이후 이 매장 엠파나다만 찾게 될 정도로 독보적인 맛이었다. 'Pork 6개, Apple pie 필링 2개, Yellow Rice&Beans 추가'하면 둘이서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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