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소한 행복, 부탄에서 만난 풍경)
한낮의 오후가 지루하다.
오늘은 바람조차 쉬는가 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갑지만 왠지 그대로 있고 싶다.
하는 일 없이 바쁘게 살다 갑자기 할 일이 없으니 오랜만에 지루함이 가득하다.
잔디밭에 풀도 덜 자랐으니 안심이 되고, 꽃밭에도 바람이 오지 않아 걱정이 없다.
풀을 뽑고 쓰러진 꽃을 세워줘야 그들도 보답할 텐데 오늘은 걱정이 없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지루하고 싶다.
부산하던 산동네도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하다.
알 하나 낳고 엄청난 일 한 티를 내며 울던 닭도 오늘은 잠잠하고,
지나는 사람마다 인사하듯 짖어대던 누렁이도 오늘은 쉬는 날인가 보다.
먼 산 뻐꾸기도 산 넘어 멀리 마실을 갔나 보다.
오로지,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옹알거린다.
할 일 없이 리모컨을 눌러보지만, 텔레비전도 언제나처럼 지루하긴 마찬가지다
느닺없이 닭이 울어낸다. 기어이 알을 하나 낳았는가 보다.
알 낳은 닭이 울어대니 옆집 닭이 품앗이를 한다. 갑자기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덩달아 옆집 누렁이도 하늘 보고 짖어댄다.
한참을 울어대던 닭이 울음을 멈추자 개도 짖는 일을 멈추고, 덩달아 바람도 멈춘듯하다.
이렇게 지나는 오후는 지루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루한 이 날을 그리워하리라.
따가웠던 햇살이 그립고, 그리도 부산했던 풍경이 마냥 그리워지리라.
어쩌면, 지나가는 바람이 그리워 창을 열고 고대하리라.
쓰러진 꽃밭이 그립고, 풀이 가득한 잔디밭이 그리워지리라.
그 지루함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그리워서이리라.
어서, 커피 잔을 손으로 감싸고 앉아
따가운 햇살을 따스하게 받으며
이 지루하고도 고즈넉한 오후를 즐겨보리라.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지루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