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동을 , 뉴질랜드 피요르드)
아내가 운동을 한다. 그것도 이웃집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열심히 운동을 한다. 운동 중독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많은 나하고는 다르게, 아내는 이것저것을 챙기려다 보니 운동을 할 짬을 내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고 운동을 하라 하면 스트레스에 더 힘들 것 같아 되도록이면 말을 아끼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저것을 끝내고 있는 것 같으면, 여지없이 운동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아내는 흔쾌히 운동화를 신고 나서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짜증을 내지 않고 내 말을 선 뜻 따라주는 것이 고마워서이다.
시골로 이사를 온 주택 앞에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깔끔하게 도로가 정비되어 있다. 한쪽으로는 자그마한 도랑이 사계절 끊임없이 흐르고 있고, 반대쪽으로는 전원주택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그 앞으로 만들어진 시멘트 포장이 거의 500m 정도가 적당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길이다. 이곳에는 동네 구경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차를 세우기도 하고, 더러는 삼삼오오 전원주택을 구경삼아 산책을 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사를 온 해부터, 근처의 아주머니는 이 길을 운동장 삼아 새벽 운동을 하곤 했다. 잔디에 풀을 뽑다 만나는 아주머니에게 늘 부지런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곤 했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합세를 하고 아내도 그 운동 대열에 합류를 한 셈이다. 셋이서 팔을 흔들며 맑은 공기 속에 운동을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그것도 이웃 사람들과 무슨 이야긴지 모르지만 끝도 없는 이야기로 즐겁게 웃으며 운동을 한다. 혹시나 낯설어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무색해졌으니 반갑기만 하다.
맑은 도랑물이 갈갈대며 사시사철 흐르고, 도랑 뒤편으로는 푸르른 녹음이 하늘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 그 녹음 위에는 갖가지 새들이 소리를 하며 마실을 다닌다. 여름이면 매미소리가 가득히 산을 메운다. 새벽이면 뿌연 안개가 그렇게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이 골짜기에 난 자그마한 길을 마음껏 숨을 쉬면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 행복한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동,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하기 싫은 짓이다.
하지만 새벽녘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하기 싫은 운동을 기어코 하고 나면 몸은 완전히 살아나 있다. 삐걱거리던 몸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이 기분에 하기 싫지만, 따스한 이불속을 벗어나고 싶지 않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힘이 들지만 또 운동을 하러 나선다.
처음 하프마라톤을 시작할 때는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시험해보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20여 km를 뛰고 난 뒤의 통쾌함은 뛰어 보아야 알 수 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뜀박질을 하고 난 후의 개운함, 나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20년 가까이해오고 있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들판을 달린다는 것이, 아름다운 호반을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하지만, 한 겨울이 되면 마라톤을 할 수가 없어 시작한 것이 체육관에서의 근육운동이었다.
그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내려놓는 것이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추운 겨울에 일어나기도 싫지만, 무거운 쇳덩어리와 어울린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두세 달만 버티고 나면 내 몸이 스스로 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근육이 살아 움직이고, 5kg에 벌벌 떨던 몸이 10kg을 번쩍 들 수 있는 몸이 되어 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그리 변해 있다.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있을까? 어느 해수욕장을 가도 당당할 수 있고, 웬만하면 웃통을 벗으려 안간힘을 쓰게 되는데 그것을 그만 둘 수가 있을까? 그래서 운동에 중독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길게 뻗은 하천가에 난 자전거 도로를 날렵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신나게 달린다. 길게 뻗은 다리, 근육이 뭉쳐진 다리가 아름답다.
어느새 자전거에 눈이 돌아갔다. 멋진 폼에 저절로 매료되었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구입하고 복장을 준비하여 하천변 자전거길을 달렸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뚫고 달려간 들판엔 멋진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강가마다 마련된 자전거길을 달리고 난 뒤의 통쾌감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강가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로 갈증을 달래면 몸이 통쾌하게 반응을 한다. 포항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로 달려가 볼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을 할 수 있었다. 하고 난 후의 쾌감이란, 몸으로 느껴보면 알 수가 있다. 이렇게 하여 자전거를 또 놓을 수가 없다.
마라톤을 하면서 삶의 어려움과 극복하는 법을 알았고, 근육운동을 하면서 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내 몸의 반응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그만 둘 수가 없다. 이제는 밥을 먹는 것처럼 운동에 중독이 되어 있다.
늘 아내에게 이런 맛을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오래 할 수가 없다. 스스로 알아가고 느껴야만 우리가 밥을 먹듯이 할 수가 있다. 그것이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내도 간간히 운동을 해오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운동에 맛을 알고 꾸준히 했으면 하는 희망이 생기는 아침이다. 아내가 열심히 운동을 하니,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