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쑥을 뜯다, 껑충 키를 불린 쑥)
봄 햇살이 따사해지며 들녘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농부들의 발길도 바빠졌다. 산새들도 산란의 계절을 맞았나 보다. 아침, 저녁을 가리지 않고 시끄럽다. 길가에 점점 푸름이 더해간다. 그 속에는 냉이도 있고, 씀바귀도 있으며 쑥도 숨어있다. 푸르름을 가득 안은 쑥이 소복이 모여있다. 어느새 한 무더기 되어 자랐다. 푸르른 잎 위에 하얀 솜털을 이고, 찾아온 햇살에 몸을 비비며 삐죽이 고개를 내밀었다. 가슴에 남아 있는 그리운 봄나물이다. 쑥버무리가 생각나고, 쑥개떡이 되살아나는 고된 식량이었다. 어머님이 숨어 있는 봄나물이다.
고단한 하루 일을 끝내고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즈음에야 저녁상을 맞이한다. 온 식구가 둘러앉았다. 보리쌀이 대부분인 밥그릇에 드문드문 쌀도 섞여있다. 반찬이랄 것도 특별히 없다. 단출한 저녁상에는 쑥국도 놓여있다. 하얀 콩가루를 묻혀 된장에 끓인 쑥국이었다. 푸릇한 쑥국은 쌉쌀함에 그윽함이 있고, 구수함엔 상큼함이 숨어있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숨어 있다. 어머님만의 비결이 숨어 있고 숨결도 담겨있다. 고단함을 풀어주는 쑥국이었다.
친구들과 장난 중에 피가 났다. 적당히 상처를 치료할 약이 없다. 길가에 쑥을 뜯는다. 납작한 돌을 적당이 빻아 상처부위에 묶어 준다. 상처가 나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적의 기억이다. 여름날 저녁달이 얼굴을 내밀 때쯤, 마당 한편에 모깃불이 피워진다. 매캐한 냄새 속에 쌉쌀한 쑥향이 담겨있다. 집안을 감싸고도는 그 냄새는 모든 것을 지워주었다. 모기를 지웠고, 매캐함을 지웠다. 불편한 마음까지 지워주었다. 그 연기를 만난 것은 아픈 허리 덕이었다. 허리춤에 올라앉은 쑥뜸은 오래 전의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갇힌 공간이 불편했지만 하늘을 향에 오르는 그 향이었다. 오래전에 만난 쑥향이 주는 추억이었다.
봄철에 냉이와 함께 어린순이 나오며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쑥이다. 어렵던 시절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쌀가루와 어린 쑥이 잘 어우러진다. 쌀가루에 어린 쑥을 버무려 쪄주면 쑥버무리가 된다. 향긋한 쑥의 향과 쌀가루와의 어울림은 허기짐을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했다. 먹거리가 없던 시절, 한 줌의 쑥버무리이면 바랄 것이 없었다. 쑥향이 가득히 입안에 남는 먹거리였다.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개국 설화도 있다. 오래전부터 신비한 약효를 지닌 식물로도 알려져 왔다. 쑥은 오래전부터 가까운 식재료이었다.
쑥의 종류는 200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약 20 여종이 자생한다고 하는데, 참쑥, 인진쑥, 개똥쑥 등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쑥이다. 그중에서도 참쑥이 국이나 나물 등에 주로 이용되고 떡으로 만들어 먹는 흔한 쑥이다. 봄철이면 쑥을 찾아 나서는 쑥이 참쑥인 셈이다. 쑥버무리를 해 먹고, 쑥국을 끓여먹기도 하며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 쑥이다. 요즈음도 쑥개떡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오래 전의 추억을 안겨주는 맛있는 먹거리이다. 초봄에 야리야리한 쑥을 뜯으러 들로 산으로 나서는 이유이다.
약의 효험이 많다고 하는 쑥 중에 대표주자가 인진쑥이다. 간 건강, 성인병 예방 등 다양한 약효가 있다니 언제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쑥이다.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는 인진쑥은 사시사철 살아남는다고 하여 사철쑥이라고도 한다. 사시사철 약효가 대단하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쑥 이리라. 개똥쑥은 개똥 냄새가 난다 하여 개똥쑥이라고 한다지만 약효만은 무시할 수 없다 한다. 노화 예방, 해열 효과 그리고 항암 성분 등 약효가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다. 인진쑥이나 개똥쑥은 언제나 찾아 나서고 무시할 수 없는 쑥이다.
시골 동네에도 봄이 내려왔다. 산 식구들도 살길을 찾아 분주하다. 새들은 산란을 위해 부지런히 집을 짓는다. 올해도 추녀 밑을 열심히 드나든다. 갖가지 검불을 물어 들여 집을 만들고 있다. 왠지 시끄러워 손사래를 쳐도 어림없다. 앞산에도 푸름이 쏟아져 내려왔다. 서서히 사람 발길이 잦아진다. 나물을 뜯으러 오가는 사람들이다. 쑥을 뜯고 냉이를 찾았었다. 계절이 더 익어 갔다. 쑥과 냉이를 지나처 홑잎나물을 뜯고 두릅을 찾는다. 취나물을 찾고 고사리를 찾는다. 냉이는 철이 지나 외면한다. 쑥도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났다. 약이 되고 귀한 먹거리였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느다. 귀하다는 나물을 찾는 것이다. 시간이 그렇게 변해갔다.
허전한 쑥이 길가에 뻘쭘하게 서 있다. 아침 햇살에 하얀 솜털이 흐느낀다. 새 봄이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새봄이 찾아와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았었다. 아침, 저녁으로 찾던 인간들이었다. 수없이 찾아오던 사람들이 가 버렸다. 고운 님을 찾아가고 말았다. 좋다는 산나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끝없이 찾아 줄 것 같았지만 세월이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 내주고 말았는데 마음이 변했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세월의 무심함을 탓해봐도 세상인심이다. 얻을 것만 모두 받고 떠나갔다. 세상이 전의 세상과 너무 달라졌다. 뻘쭘하게 서있는 쑥은 슬픈 봄날이 되었다. 말 못 하는 쑥은 오늘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푸르른 쑥은 우두커니 서서 봄을 알려주고 있다.
쑥은 약으로 쓰기도 하여 약쑥이라고도 부르는데, 줄기와 잎을 단오 전후에 캐서 그늘에 말린 것을 약애(藥艾)라고 해 복통·구토·지혈에 쓰기도 하며, 잎의 흰 털을 모아 뜸을 뜨는 데 쓰기도 한다. 잎만 말린 것은 애엽(艾葉)이라고 하며, 조금 다친 약한 상처에 잎의 즙을 바르기도 한다. 옛날에는 말린 쑥을 화롯불에 태워 여름철에 날아드는 여러 가지 벌레, 특히 모기를 쫓기도 했고,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오에 말린 쑥을 집에 걸어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