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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n 27. 2021

황금낮달맞이 꽃이 가득 피었다.

(황금 낮달맞이 꽃)

아내와 외출을 했다 들어오는 시간, 오후 9시가 되었다. 시골집 앞엔 가로등이 환하게 비춰주니 낮같이 환하다. 여름이라고 하지만 산골 저녁은 시원함을 지나 서늘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저녁이다. 앞 도랑에는 아직도 물소리가 여전하다. 한없이 평화스러움을 전해주는 시골집이다. 곳곳에 황계국이 피어있고, 탐스런 구절초는 널따란 잎을 불리며 가을을 기다린다. 그 너머엔 꽃을 지워버린 밥티시아가 뻘쭘한 모습으로 화단을 굽어보고 있는 밤이다. 


대문이랄 것도 없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손녀의 화단에 눈에 띄는 꽃이 있다. 가끔 찾아오는 손녀가 꽃도 심고 물을 주며 할머니와 함께 가꾸는 화단이다. 외출할 때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고 있던 꽃, 황금낮달맞이 꽃잎이 모두 오므라들어 있다. 술래잡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다. 서둘러 대문 밖 도랑 근처의 황금달맞이 꽃을 보러 나섰다. 역시 모든 꽃잎이 오므라들어 숨을 죽이고 있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황금달맞이꽃의 앙증스러운 모습이다. 

낮에 만난 황금낮 달맞이꽃

언젠가 아내가 이웃에게 얻어다 심은 꽃이다. 뒤뜰에 너무 많은 달맞이 꽃이 번식해 고민한 적이 있다. 한 포기 있는가 했는데 순식간에 뒤뜰을 가득 덮었다. 이것도 모자라 화단 곳곳에 씨를 뿌려 놓았었다. 할 수 없이 화단에 있는 것을 캐다 뒤 언덕에 심었다. 뒤 언덕배기에서 꽃을 피우면 봐주겠다는 적당한 타협이었다. 그 사이에 아내가 황금낮달맞이꽃을 얻어다 심은 것이다. 달맞이 꽃은 다 같음을 보여주듯이 번식력이 대단하다. 이곳저곳에 벌써 자식을 두고 말았다. 노란 꽃을 피우며 이곳저곳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달맞이 꽃은 많은 그리움과 추억을 주는 꽃이다. 달맞이 꽃, 남미의 칠레가 원산지이며 산과 들에서 피는 귀화식물이다. 저녁까지 오므라들던 꽃이 밤이 되면 활짝 벌어지기 때문에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해가 떠 오르면 꽃이 오므라들고, 밤이면 피기 때문에 월견초(月見草)라 하기도 하고, 夜來香(야래향)이라 하기도 하는 꽃이다. 바늘꽃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꽃으로 꽃은 6~7월에 핀다. 하지만 화단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예쁜 꽃은 이름도 생소한 황금낮달맞이꽃이다.

달밤에 만난 황금낮달맞이꽃

황금낮달맞이꽃, 이름은 생소하지만 노란 색상이 너무 부드럽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밝은 색을 발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고고한 노랑빛을 띠고 있다. 신비스러운 노랑을 보여주는 꽃이다. 달맞이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손녀의 화단을 장악하고 있다. 어느새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웃은 너무 예뻐서 도랑 근처에 가득 심어 놓았다. 밝은 대낮이면 동네를 환하게 해 주고, 밤이면 웅크린 모습으로 고고함을 풍겨주는 꽃이다. 


황금달맞이꽃도 남미가 원산으로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저녁에 피는 달맞이꽃과는 달리 해 뜰 무렵에 피어 저녁에 오므라들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꽃잎이 펼쳐진다. 화단에도 노랑빛의 황금낮달맞이꽃이 자리를 잡았고, 도랑 근처엔 이웃이 심어 놓은 황금달맞이꽃이 자리를 잡았다. 낮이면 온 동네를 환하게 비추어주고 있다. 달맞이꽃이 낮에는 오므라들지만, 황금낮달맞이 꽃은 낮에 피고 밤에 오므라든다. 달맞이꽃과 반대로 꽃을 피우지만 달맞이꽃을 닮아 낮달맞이꽃이라 하는 꽃이다. 


낮이면 황금낮달맞이 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밤이면 꽃잎을 닫고 다소곳이 눈을 감고 있다. 서서히 여름이 깊어가면 뒤뜰에 가득한 달맞이 꽃이 일을 벌일 것이다. 꺽다리 달맞이 꽃이 몸집을 불려 꽃을 피우면, 시골집은 달맞이꽃들로 꽃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낮에는 황금낮달맞이꽃이 그리고 밤에는 달맞이 꽃이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다. 밤낮을 교대로 꽃을 피우며 시골집을 비추어줄 테니 가을이 깊어 코스모스가 피고, 구절초가 꽃을 피울 때까지는 언제나 달맞이꽃과 함께 할 시골집이 될 것이다. 달밤에 만난 달맞이 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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