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Jul 22. 2021

토마토는 온전히 달려 있어야 했다.

(토마토가 익었다, 시골 아침 풍경)

봄이 오면서 작은 텃밭에 퇴비를 가득 넣었다. 다시 삽으로 파 일구고, 또 퇴비를 넣어 섞어 주었다. 작은 밭이지만 무엇을 심을까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상추를 심어야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고, 고추도 심어야 싱싱한 풋고추를 따 먹을 수 있다. 가지도 심어야 싱싱한 가지 구경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토마토를 심어야 손녀가 오면 토마토를 따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텃밭에 심을 작물을 구상하고 토마토를 심었다. 토마토를 비롯한 밭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언제나 그냥 먹을 것이라 소독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벌레가 먹으면 먹는 대로, 짐승이 뜯어먹으면 남은 것을 먹는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벌레와 병충해에 들키지 않는 행운이 왔다. 각종 야채가 온전하고, 고추가 싱싱하게 달렸다. 아직 병충해가 찾지 못한 모양이다. 가지도 그런대로 따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으니 올해는 행운이 있는 해인가 보다. 상추는 너무 많아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인심도 썼다. 보랏빛 가지는 주렁주렁은 아니어도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맛을 보았다. 그중에 백미는 토마토이다.


토마토, 퇴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엄청난 키를 자랑한다. 2m는 될 듯한 토마토가 줄기를 뻗어 나갈 정도이다.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그렇게도 자란다는 것이다. 곳곳에 노란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를 버틸 수가 없는지 줄기가 늘어졌다.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면서 지주를 박아주고 끈을 매주며 돌보았다. 서서히 토마토가 본색을 드러냈다. 붉게 익은 토마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텃밭을 서성인다. 얼마나 익었고 무사한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붉게 익은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다.

붉게 익은 토마토를 한 개 뚝 딴다. 갈갈대는 앞 도랑으로 들어간다.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도랑물에 슬쩍 닦아 입에 넣는다. 달큼한 맛이 입안에 툭하고 터진다. 달착지근한 물이 입안으로 서서히 퍼져간다. 신선함이 어느 토마토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작은 씨앗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씹히는 맛, 기가 막히는 맛이다. 상큼함을 뒤로하고 시원한 도랑물에 세수를 하고 올라 서면 시원한 바람이 맞이해 준다. 수건이 필요 없게 물기를 말려주는 시원한 산바람이다.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는 하루의 시작이다. 오늘은 부산에서 손녀가 온단다.


기나긴 코로나 여파로 오래전에 찾아왔던 딸 내외이다. 멀리서 살아감이 고단한지 손녀가 방학을 하자마자 찾아온단다. 아내는 어제부터 이것저것 분주히 준비한다. 마음을 가득 담은 반찬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딸 내외가 찾아오고, 수원에 사는 아들 내외도 온다는 소식이다. 코로나 여파로 조심스레 찾아오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가족의 울타리를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멀리서 각자 살아감이 고단해서인지 언제나 들려오는 전화소리는 힘에 겨운 소리이다.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한 아이들이다. 집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고 갔으면 하는 아침이다. 

오늘도 아침에 토마토 밭을 서성인다. 붉게 익은 토마토가 제법 있다. 굵게 살을 찌운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작은 밭이지만 언제나 뿌듯함을 주는 텃밭이다. 뒤뜰에 푸른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대단한 역할을 할 풋고추이다. 아껴둔 상추는 어느새 커다랗게 잎을 키웠다. 친지들에게 선심을 쓰고도 남겨둔 상추이다. 어제는 아내가 앞 도랑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원래부터 도랑은 깨끗하게 정리하며 살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내려가 세수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젠 특별히 더 깨끗하게 청소했다. 


엇그제부터 아내는 토마토를 따지 않았다. 붉게 익은 토마토를 그냥 두고 있다. 너무 익어 떨어질 정도여도 그대로 두었다. 커다란 가지도 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부산에서 찾아오는 손녀를 생각해서이다. 손녀가 찾아와 앙증스러운 손으로 붉은 토마토를 따고, 굵은 가지를 따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다. 붉게 익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가 먹음직스럽게 달려있다. 깨끗하게 청소한 도랑물에서 맛있는 토마토를 먹게 할 모양이다. 이슬이 맺힌 붉은 토마토가 유난히 빛을 발하는 아침이다. 붉게 익은 토마토와 가지가 온전하게 달려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름날이 덥지만 덥지 않은 그런 여름이다.

이전 07화 황금낮달맞이 꽃이 가득 피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