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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l 04. 2021

작은 텃밭에 채소의 계절이 돌아왔다.

(채소밭이야기)

시골집엔 거대한(?) 채마밭이 세 군데로 나뉘여 있다. 집을 중심으로 좌우로 포진해 있는데, 제일 큰 밭(?)은 3.5평으로 집의 좌측에 있다. 그다음이 2.5평과 2평짜리가 있어 총 8평이나 되니 채소를 심고 자연의 즐거움을 나누기에는 넉넉한 밭이다. 채소를 먹고도 남아 이웃과 친구들을 기쁘게도 해주고 있다. 우선 3.5평 큰 밭에는 다양한 채소가 크고 있다. 비록 몇 포기씩이지만 두 식구에게 넉넉한 밥상을 만들어 준다.


여러 가지 상추와 쑥갓이 있고 겨자채와 케일이 자라고 있다. 아내가 뿌려 놓은 아욱과 시금치가 자라고 늦게 뿌려놓은 열무가 넉넉하게 잎을 불렸다. 아욱 곁에는 대파가 자리를 잡고 쑥 자란 몸집으로 채마밭을 호령한다. 지난가을 무렵, 밭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농사가 끝나고 밭을 삽으로 갈아엎어 놓았다. 삽으로 정리한 밭에 퇴비를 듬뿍 뿌리고 골고루 섞어 놓았었다. 봄철에 이르러 다시 퇴비를 뿌리고 밭을 또 갈아엎었다. 퇴비가 골고루 스며들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봄이 올 무렵 고랑을 만들고 갖가지 야채를 심어 놓은 것이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하고 경이롭다. 작은 씨앗이라도 묻어 놓으면 해결해 준다. 간간이 비가 오고 햇살이 찾아오면 대지는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터운 껍질을 벗겨 싹을 틔우고 대지를 열어젖힌다. 대지를 뚫고 초록의 새싹이 나오는 신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신기한 조화였다. 작던 새싹이 키를 불리더니 어느새 잎을 키웠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은 아침과 저녁으로 발길을 부른다. 언제 찾아와도 푸름은 아름답고 신성함을 선사한다.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상추 등의 쌈채소들이다.


상추와 쑥갓 그리고 잎이 넓은 케일과 겨자채가 있고 곰취도 자리하고 있다. 푸름을 가득 물고 찾아온 햇살에 몸을 드러냈다. 넙적하게 잎을 불린 상추가 작은 밭을 가득 덮었다. 무엇이든 심어 놓으면 대지는 외면하지 않음에 감탄한다. 순식간에 신비한 힘으로 푸름을 가득 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상추를 키워 재미를 본다. 가끔 찾아오는 친구와의 삼겹살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아내가 밥상을 차리면 슬며시 나가 몇 장을 뜯어 온다. 푸름과 기쁨을 한 가득 전해주는 내가 기른 상추이니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오래 전의 기억이다.


오래전, 그늘진 뒤뜰에는 작은 밭이 있었다. 봄철, 어머님이 뿌려 놓은 상추는 쉬이 잎을 키워 놓는다. 반찬거리도 없던 시절이지만 찬밥 한술이라도 걱정이 없다. 뒷밭에는 꼬부라진 오이가 달려 있고, 푸르른 상추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찬밥 한술 물에 말아 꼬부라진 오이를 고추장에 찍는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찬밥 한술과 꼬부라진 오이는 더할 것이 없는 맛이었다. 아삭한 오이 씹는 소리에 찬바람이 함께하는 툇마루에서의 점심, 두고두고 잊지 못할 점심상이다. 푸르른 상추를 손바닥에 얹는다. 찬밥 한 술 놓고, 고추장 듬뿍 찍어 올려놓으면 더할 것이 없는 어울림이다. 상추를 여며 입속으로 욱여넣으면 몇 술 뜨지 않아 한 끼가 해결된다.


상추, 국화과 왕고들빼기 속에 속하는 채소란다. 참 낯설고도 처음 듣는 소리지만 우리와는 너무나 가까에 있어 왔던 채소이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등장하고, 고려시대엔 천금을 주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채소라 하여 '천금채'라고 하였다니 대단한 이력을 가진 채소이다. 올해에도 우리 집 채소밭의 중요한 품목 중에 하나이다. 독특한 냄새를 주는 쑥갓도 빼놓을 수없는 채소이다. 독특한 향을 내는 쑥갓,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으로 고려시대에 들여왔단다. 상추쌈에 곁들이는 쌈 재료로 탄수화물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는 채소이다.

쑥갓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쌈채소로 케일도 빠질 수 없다. 케일도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란다. 케일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의 선조 격으로 케일을 개량하여 육성한 것이라니 무시해선 안될 채소이다.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아 항암효과와 면역력 향상에 상당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채소이다. 상추와 함께 심어 놓은 케일이 커다란 잎으로 버티고 있다. 상추와 쑥갓이 자리를 잡은 옆에 우뚝 서서 건장함은 아직 벌레에 발각되지 않았나 보다. 더없이 고마워 오늘도 몇 잎 따다 쌈을 싸 먹는다. 가끔은 과일과 함께 갈아먹는 맛은 건강이 입으로 함께 들어오는 기분이다. 독특한 향을 내는 것은 겨자 채도 있다.


겨자채, 곱슬채, 곱슬이라고도 하는 쌈채소이다. 잎 주변이 곱슬거리고 특유한 향기와 매운맛이 있어 인기가 있다. 상추와 함께 곁들이며 독특한 향을 주어 좋다. 겨자의 노란색은 황 겨자채의 씨앗으로 만들며,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등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널따란 잎이 연한 붉은색을 띠어 초록 밭에 어울림을 주는 멋진 채소이다. 몸 안의 어독을 풀어 준다고 해서 회를 먹을 때 곁들이는 채소이다. 향긋함에 톡 쏘는 맛은 졸듯한 입을 후딱 깨워 놓는다. 널따란 겨자채가 오늘도 바람에 너울대고 있다.  


채소를 심어 놓고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병충해이다. 소독을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채소들이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갖가지 벌레들이 모여든다. 상추와 쑥갓등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잘 자라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늘 불안하다. 날로 먹는 쌈 채소이니 소독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벌레가 먹으면 먹고 남긴 것만 먹고, 다 먹고 나면 그만인 채소로 여기는 채소밭이다. 다행히 올해는 벌레들이 눈치를 채지 못했나 보다. 벌레한테 들킬까 살금살금 찾아가 뜯어오곤 한다. 가끔 목초액을 뿌려 주고 싶기도 하지만 냄새가 강해 늘 망설이고 있다. 올해는 웬일인지 병충해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오늘도 채마밭에 가득한 채소들이 몸집을 불리느라 눈치를 보고 있다. 작은 채마밭이 미안해서인가 보다. 매일 바라봐도 즐거움을 주는 자연의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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