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Apr 09. 2021

참새와 셋집 계약은 결렬되었다.

(참새는 겁이 많다, 나미비아의 사막)

시골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일이다. 오늘도 엄청 시끄럽다. 산동네 식구들의 떠드는 소리이다. 산동네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다. 크게는 산돼지부터 고라니가 살고 있다. 수시로 꿩이 날아다닌다. 평화스러움을 안겨주는 꿩 소리이다. 높은 하늘엔 우람한 날갯짓으로 매가 날며 겁을 준다. 밖에서 놀던 닭들이 긴장한다. 얼른 몸을 숨긴다. 짝을 찾는 고라니는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거기에 날짐승들 많다. 특히 산까치와 참새가 많다. 떼 지어 다니며 세를 과시한다. 덩달아 참새도 빠질 수 없다. 머리수로 세를 과시한다. 떼 지어 날아다니며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 온종일 동네가 놀이터이다.


동네에 산까치가 많아 시끄럽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수선을 떤다. 떼로 전깃줄에 앉아 지껄인다. 동네 우물가가 생각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던 곳이었다. 수다를 떨다 떼 지어 날아간다. 마실을 가는지, 먹을 것을 찾아 가는지 알 수는 없다. 덩달아 참새도 떼 지어 날아간다. 질 수 없다는 무언의 경쟁 같다. 먹음직한 먹거리는 남겨 놓지 않는다. 검붉게 익은 블루베리는 산까치 먹이다. 산머루도 좋아한다. 맛은 귀신같이 안다. 익은 것만 골라 먹는다. 그것까진 좋지만 주거지가 문제다. 시골집에 같이 살잖다. 허락하고 싶지만 조건이 맞지 않는다. 그들이 집주인 조건을 무시한다. 그래서 협상이 어렵다.


시골살이가 어찌 조용하고 깨끗함만을 원할 수 있겠는가? 적당한 검불과 먼지는 감수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없이 산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적당한 벌레는 동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수용할 수 없으면 시골에선 살 수가 없다. 산까치는 염치가 없다. 해도 너무 한다. 조건은 간단하다. 어느 정도 깨끗이 사용해 달라는 거였다. 입을 닫고 살 수 없으니 웬만한 수다스러움은 감수할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청결이 조건이었다. 애초의 생각이 잘못이었다. 온갖 배설물과 쓰레기 청소를 시킨다.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다. 


이름만 예쁜 산까치가 집을 짓는다. 내 집에 집을 지어 같이 살자고 한다. 남의 집에 셋집을 지으며 한두 채가 아니다. 여러 채를 지어야 한단다. 하지만 지으면서 주인 의견을 무시한다. 그것도 완전히 무시한다. 온갖 검불을 물어 날라 집을 어지럽힌다. 배설물로 하얀 데크가 되었다. 청소를 해도 끝이 없다. 협상을 그렇게 결렬되었다. 동원한 것이 바람개비이다. 바람개비를 사다 집 짓는 부근에 설치했다. 산까치가 신기해한다. 근처를 서성인다. 포기할 수 없었나 보다. 갑자기 바람이 분다. 바람개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몇 번 기웃거린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가 보다. 산까치가 거처를 옮겼다. 조금은 미안했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세입자, 참새도 문제다.


이층 집 기와 밑에 참새들이 집을 짓는다. 2년간은 무료로 임대했다. 올해는 더 많은 참새가 같이 살아보자 한다. 아침부터 엄청 시끄럽다. 손사래를 저어도 무시한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주인의 의도를 전혀 상관없다. 구멍구멍에 그들의 거처를 만든다. 갖가지 검불을 물어 날라 집을 짓는다. 검불을 흘리고, 배설물이 문제이다.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하면 더 시끄럽다. 먹이를 물어 나르며 시끄럽다. 밥 먹으라 시끄럽고, 밥 달라고 시끄럽다. 밥 먹느라고도 시끄럽다. 집안 이야기하느라 시끄럽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잠깐 조용한 집이 또 시끄럽다. 할 수 없이 올해는 바람개비 힘을 빌어 보기로 했다. 


어렵게 높은 지붕 근처에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형형색색 바람개비가 등장했다. 참새들이 주변으로 모였다. 바람이 불면서 이상한 물건이 돌아간다. 끝없이 돌아가는 물건이 이상스럽기도 하다. 몇 번을 오고 가던 참새들이다. 주인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던 참새들이었다. 웬만하면 동거할 의견이 있었다. 2년이나 무상으로 임대해주었다. 주인 말엔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참새가 한순간에 바람개비에 굴복하고 말았다. 참새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오늘 아침도 참새들은 발길이 없다. 창을 열고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너무나 조용하다. 그런데 마음이 허전한 것은 왜 일까? 빈 집 같은 생각이 들고, 시골집 같지 않은 생각이다. 참, 텅 빈 가슴이 두근 거린다. 바람개비를 철수해 볼까? 다시 참새들과의 동거를 시작해 볼까? 아침나절 생각을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이전 04화 푸른 잔디밭은 그냥 푸르기만 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