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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04. 2021

이슬 젖은 토마토, 환장할  맛을  준다.

(토마토 먹는 아침, 이슬에 젖은 토마토)

오늘따라 이웃집 닭이 수선을 떤다. 새벽 다섯 시도 되지 않아 긴 목을 빼고 울어댄다. 밝아 오는 햇살을 감지한다는 닭의 뇌 속 '송과체'가 너무 예민한가 보다. 할 수 없이 일어나 밖을 보니 안개가 가득이다. 오늘도 어지간이 더울 모양이다. 임 찾기에 안달 난 매미는 벌써 울 채비를 하고 있다. 왜 이리도 서두르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벌써 우는 닭이 그렇고, 새벽 매미가 그렇다. 다시 잠자리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창문을 열었더니 닭소리가 점점 시끄러워진다. 할 수 없이 잠자리를 옮겨야 했다. 가끔 손녀가 오면 찾는 좋은 장소가 있다.


이층 구석에 만들어 놓은 두 평 남짓한 다락방이다. 이웃과 다른 방향이라 문을 열어도 닭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구나 산으로 향해 있어 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더없이 안락한 새벽 잠자리 장소이다. 여름인데도 산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할 수 없이 얇은 이불로 배를 덮어야 했다. 이렇게 한 시간을 뒹굴거리다 할 수 없이 현관문을 조용히 열고 나섰다. 아내가 곤하게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한꺼번에 가득 들어온다. 이런 바람을 어디서 맞을 수 있을까? 새벽부터 신이 났다. 시골에 사는 이런 맛을 누가 알 수 있을까? 힘겹지만 살아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상쾌한 맛이다. 잔디밭을 지나 작은 텃밭을 순시해야 한다. 토마토와 가지가 밤새 얼마나 자랐나 보고 싶어서이다. 10여 포기되는 토마토가 제법 잘 자랐다. 가지도 주렁주렁 달렸다. 올해는 농사를 잘 지은 편으로 이웃들이 부러워한다. 퇴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어른 키보다도 더 큰 토마토, 곳곳에 색색의 토마토가 가득 열렸다. 특히, 주황색을 띠는 방울토마토가 으뜸이다. 크기도 그렇지만 색감이 환상적이다. 자연이 요술을 부린 것이다.


새벽이슬이 가득 내려앉았다. 토마토 표면에 내린 이슬이 그리 예쁠 수가 있을까? 한참을 망설이다 예쁜 토마토를 어루만진다. 망설이다 잘 익은 주황빛 방울토마토 한 개 땄다. 환상의 주황색 빛깔의 방울토마토다. 이슬이 가득 내렸다. 바지에 쓱쓱 문질렀다.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까지 먹을까 하다 바지에 닦아낸 것이다. 얼른 입속으로 들여보낸 토마토, 한가하던 이빨 사이에서 토해내는 토마토의 향긋한 맛이 입안 가득이다. 미칠 것 같은 신선함에 통쾌한 맛까지 있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맛,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토마토 맛이 몸을 전율케 한다. 몸서리치며 붉은 방울토마토를 또 한 개 땄다. 다시 입안으로 넣는 순간 자지러지는 맛이다.


토마토, 북미대륙이 원산지로 콜럼버스가 북미대륙 발견 뒤에 유럽에 소개되었단다. 지역에 따라서 일년감, 번가(番茄), 서홍 시(西紅枾)라고도 부른단다. 대부분이 수분이지만 카로틴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대단한 식품이다. '토마토가 익을 무렵이면 의사 얼굴이 변한다'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 건강에 좋다는 말이리라. 건강에 좋다 하여 각종 음식이나 샐러드에도 빠질 수 없는 단골 식품이다. 요즈음엔 쉽게도 만날 수 있는 토마토다. 가정마다 기르기도 하고, 계절 없이 판매해 언제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에는 만나기 힘든 토마토였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토마토이다. 대부분이 시장에서 구입해 먹는 토마토,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특유의 향이 그렇게 입맛 당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많이 먹으라 권하지만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몇 년 전에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작은 밭에 토마토를 심어 먹는다. 한 해, 두해 토마토를 심는 기술이 좋아져(?) 올해는 제법 토마토가 많이 달렸다. 달가워하지 않던 토마토를 아침마다 먹어왔다. 그러면서 토마토 맛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였다.


한 움큼 따서 앞 도랑물로 내려간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토마토를 씻어 먹는 맛,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토마토 특유의 신선한 향이 어느 곳에서 먹는 것보다도 월등하게 좋아서다. 신선함과 통쾌함이 입안으로 확 퍼져 나간다. 거기에 선선한 아침 공기가 담겨있고, 시원한 도랑물이 맛을 더해 짜릿함을 전해준다. 얼마 전부터는 바지에 쓱쓱 문질러 먹는다. 소독이라고는 하지 않는 동네이니 걱정할 염려가 없다. 벌레가 먹으면 벌레 먹고 남은 것을 먹고, 없으면 먹지 않으면 된다. 아침마다 맛보는 토마토의 미칠 것 같은 맛을 오늘도 실감해 본다. 먹는 맛에 반하고, 보는 색깔에 숨이 넘어간다. 어느 곳에서 이런 맛을 볼 수 있을까? 아침마다 느껴보는 시골생활의 더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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