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난 가을)
가을바람 선선하게 찾아온 날
길 따라 나선 산책 길엔
맞아주는 이 많아 좋다
길가 언덕밭엔 푸른 무잎 풍성하고
연두 빛 콩 열린 두렁 콩이
누렇게 익는 볏논에
울타리 되어 일렁인다
조금 더 지나 가을 길 찾아내면
여름 한나절 누군가 심은 코스모스
작은 꽃 봉오리 여물어 가득하고
너울대는 백접초와 홍접초가
푸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커다란 벚나무 밑 그늘 자락엔
푸른 잎사귀에 눈이 내려
하얀 눈을 얹은 설악초가
껑충한 몸 높아 못 이기는 듯
오가는 가을바람에 설렁댄다
비바람 부는 여름날에
농부의 거친 숨소리 듣고 자란 곡식들은
이내 가을 맞아 고개숙이고
무심한 허수아비 옆에 속삭이며
다시 온 가을 이야기 주고받는다.
우연히 만난 가을날 산책길에
선선한 바람과 함께 만난 아침은
자연의 아름다움 한껏 건네주며
소중한 하루의 삶임을 일러주니
아침에 만난 그 가을날은
그래서 마냥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