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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Jan 27. 2024

(2-1)_썬크루즈 테마 공원_(하늘 계단)

feat. People Healing


축복의 손 근처에 있었던, 하늘에 떠있는 계단처럼 보이는 이 포토존은 ‘거대함’이 아니라 ‘아찔함’이 자신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그 ‘아찔함’을 능가할만한 다른 조형물은 그 주변에 없을 테니 말이다. 어우. 말 그대로 진짜 아찔아찔하다. 아니, 그럴 것이다. 실제로는 그곳으로 가까이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그저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아찔함이 느껴졌으니깐.      



그런데도 어쩌면 저렇게 사람들은 계속 끊이지 않고 그곳에 올라가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음, 인기는 여전하구나. 그렇게 위험을 무릎 쓰면서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게 진짜 신기할 따름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좌측의 정면 사진에서는 그저 평범한 계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우측의 측면 사진처럼 저렇게 높은 허공에 떠있는 어마 무시한 계단이니깐 말이다. 그 계단 아래로는 아예 허허벌판이라서 공중에 붕 떠있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아래로는 더욱 위험한 산들과 아찔한 바다가 있다. 와우! 그 무시무시한 하늘 계단의 포토존에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예전에 친구랑 왔을 때도 그저 구경만 했고, 지금 또한 먼 산 바라보듯 그 아찔함을 감상만 하고 있을 뿐.     



‘저런 아찔함을 극복하고 그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 사람들은 하늘하고 연결되는 행운이라도 얻을 수 있는 건가? 신성한 하늘과 닿으려면 저런 두려움쯤은 각오하고 버텨야 하는 건가? 그런 노력과 정성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야지만, 천국의 하늘 공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축복을 받을 수 있나?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그 용기에 상응하는 대가로구나! 


그런데 근처에 있는 ‘축복의 손’은 타고난 거 자체가 거대한 몸집이라 그런지, 그저 제 자리에서 양손을 쫙 펼치기만 해도 하늘에 금방 닿을 수 있던데. 덕분에 그런 축복 자체도 타고난 거네? ‘하늘 계단’ 너는 태생적으로 저렇게 커다랗게 타고나지는 못했으니,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순간마다 저런 아찔함을 감당하고 있는 수고를 해야지만 간신히 하늘한테 닿을 수 있나 보구나. 갑자기 왜 너의 아찔함이 짠해 보이지. 세상 무서울 거 없어 보이는 저 드높은 기개가 왜 한편으로는 또 그늘진 아련함으로 느껴지는고...’     




축복의 손은 '거대함'이 그의 매력이고... 

하늘 계단은 '아찔함'이 그녀의 매력이려니...     



각자의 매력과 주특기가 서로 다른 것뿐이지 않은가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취향에 따라 감상하고 즐기다 갈 수 있다면 그게 서로에게 모두 좋은 것이려니.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나한테 해로운 것이 아니라면 그저 각자의 취향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뿐이니깐. 좋아하는 취향이면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도 같이 찍고 함께 어울리면 되는 거고,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라면 그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이렇게 한 발자국 뒤에서 감상만 하면 되는 거잖아. 비록 내 취향은 아닐지라도 저렇게 다른 사람들은 또 좋아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행복할 권리까지 빼앗을, 그런 특별한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거니깐. 더구나 나한테 전혀 위해를 가하지 않는 걸.


사람하고 똑같은 거지 뭐. 사람에 따라 우러나오거나 선보이는 매력이 다른 것처럼, 저런 조형물들도 서로 어필하고 있는 매력이 다른 것뿐 아니겠는가. 설령 동일한 사람일지라도, 어떨 때는 커다란 배포로 거대한 매력을 꿋꿋이 묵직하게 자아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아찔한 매력을 스릴 있게 뿜어낼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현재 매우 피로한 상태인 나는, 지금 여기서 고도의 저런 아찔한 매력까지 감당할만한 심신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한발 물러서서 신기하게 구경만 하고 있었을 뿐, 다시 금방 더 평온하고 평평한 전망대 같은 곳으로 몇 발자국 더 이동을 했다. 그곳 또한 매우 높은 고도에서 힘찬 파도가 넘치는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서 하늘 계단과 비슷하게 아찔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다행히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그 자리는 허공에 떠있는 계단이 아니라 안전한 수평 상태의 평지였기 때문이다. 편안한 벤치와 귀여운 동그라미 조형물들까지 있어서 더 온전하게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앗, 나는 기본적인 안정감의 베이스 위에 있는 스릴을 더 좋아하는 유형인가 보구나.     


안정과 재미의 동시 추구형?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즐거움을 더 선호하는 타입인 건가? 그러고 보니, 기본적으로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닐 때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정확한 판결문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장면들을 통해서도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좀 더 높이고 있는 이 순간이 또 신기하구나. 

알고 보면, 우리 삶은 참 신기함 투성이야. 서프라이즈.   




지금 이 자리의 전망대에서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확 트인 바다를 한눈에 보고 있자 하니, 내 가슴까지 바다처럼 확 트이는 기분이 들어서 그동안의 갑갑한 마음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어제 밤늦게라도 도착한 보람을 느끼면서, 그리고 피로가 쌓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온 보람을 느끼면서, 너무나 감격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심정이 나의 뒷모습에서도 모락모락 피어올랐던 걸까? 갑자기 그때 어떤 아주머니께서 내 뒤쪽으로 슬그머니 다가오시더니,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와, 바다가 참 멋지네. 저 아래로 보이는 곳은 어딘가 모르겠네요. 저곳은 어디인지 알아요? 
뒤의 바다 배경이 너무 예쁘고 멋있는데, 핸드폰 사진 한번 찍어줄까요?”        



생전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네시고는, 너무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무거운 몸을 애써 이끌고 나온 첫날이라서 그런지, 그날따라 유독 자연 풍경을 눈으로 감상만 하고 싶었고 내 사진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가 않았었다. 사진을 찍게 되면 왠지 그날 아침에 반쯤 눌려있던 그 눈꺼풀이 그대로 반영될 것 같은 괜한 느낌과 함께, 신체적인 피곤함뿐만 아니라 마음의 피로도 꽤나 쌓여 있어서 아직은 녹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왠지 그런 아우라가 사진에도 그대로 묻어 나올 거 같아서, 그날은 이상하게도 내 사진은 전혀 남기고 싶지가 않았다.      



첫날이었던 만큼 아마도 2단계의 ‘채우기’ 상태가 아니라, 1단계의 ‘비우기’ 상태 버전으로 내 몸과 마음의 주파수가 맞춰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겉으로는 ‘채우기’ 활동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비우기’가 되지 않은 상태라서 그 중간쯤에 어정쩡하게 걸쳐져 있던 느낌인지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체한 것 같은 느낌의 심신 상태 말이다. 무언가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걸 또 집어넣고 있는 느낌? 마치 1.5단계 같다고나 할까? 마음의 내장 속이 더부룩한 상태라서 새로운 사진까지 채워 넣고 싶은 식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 같았다. 내적으로 피로 덩어리인지 뭔지 무언가 가득 차 있는데 비우기 시작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힘든 몸을 무리하여 이끌고 나와서는 작은 거라도 애써 먼저 채워보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데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으니깐, 마음속 찌꺼기가 저절로 비워지면서 마음의 싱크대가 어딘가에 새롭게 뚫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선은 급한 대로 비우기와 채우기가 동시에 실행되면서, 급체한 것부터 먼저 비상사태처럼 해결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성적으로 쌓인 것이라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어느 정도 유유자적하게 ‘1단계의 비우기를 먼저 수행하고 난 후에 ‘2단계의 채우기 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따르는 것이 더 좋겠지만, 심신의 피로와 마음속 고열이 급성으로 들이닥친 거라면 차라리 이렇게 동시 진행이라도 해서 우선은 급한 것부터 먼저 빼내면서 채우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나의 이런 복잡 미묘한 현재 상태를 잘 모르실 수밖에 없는 그 아주머니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하지 않는 디테일한 이유를 굳이 전달하는 것 대신에 정중한 사양과 함께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지만 수락할 수가 없어서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믹스되어 버렸으니깐 말이지.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겸연쩍은 미소가 자동으로 발사되는 것 같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그 미안한 마음의 대변인으로서.      


나의 이런 마음이 전달된 것인지 그 친근한 아주머니 또한 푸근한 미소로 화답을 하시고는, 앞서 가고 있던 자신의 일행들한테 종종걸음으로 다가가서 다시 합류를 하셨다. 여러 일행들과 함께 여행을 할 때는 그 무리를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시간이 촉박할 때가 많은데, 그 틈을 타서 혼자 있던 나에게 다가와서는 자연스레 말동무가 되어주시더니 사진까지 찍어주고 싶어 하셨던 그 배려 깊은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전망대와 연결된 계단 아래로 이동하던 그 일행들 쪽으로 서둘러서 급히 내려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깐, 왠지 그 진심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내 마음속까지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 또한 처음에는, 나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만 보고서 다가오신 거였네. 내 얼굴 생김새나 분위기를 전혀 모르신 채 다가와서는 그런 친절과 배려를 베풀고자 하셨던 걸 보면, 아마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 순간의 충만한 행복감과 감격의 깊이가 나의 뒷모습에서도 우러나오고 있던 것이 아닐까. 그걸 느끼시고 다가오셨던 걸까. 갑자기 문득 궁금해졌다. 


가끔은 사람의 앞모습보다도 뒷모습에서 더욱 많은 걸 느끼게 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사람의 뒷모습이야말로 가장 사실적이고 진솔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는 원초적인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우리 부모님의 뒷모습을 똑바로 계속 바라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왠지 여러 감정이 뒤섞이면서 괜히 진지해질 것 같은 그 순간의 느낌이 올라올까 봐,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본능이었을까. 평생 그 모습 그대로 있어주길 바라던 첫사랑인데, 이미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러버려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몰래 훔쳐보면서 애석해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잠시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 순간을 진짜 사진으로 후딱 찍어버릴 때가 있다. 차라리 나중에 다시 제대로 꺼내보고 싶은 마음으로. 못난 딸. 


그러고 보니 가끔은 나 또한, 유독 내 뒷모습을 들키기 싫을 때가 있었던 것 같구나. 음, 알겠네. 뭔지 알 거 같아. 그래. 나의 앞모습은, 마음만 먹으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씩씩할 수 있거든. 그런데 뒷모습은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을 때가 많잖아. 진짜 뒷모습은 말 그대로 천연 그대로의 상태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썬크루즈 건물 안의 최상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라운지(Sky Lounge)에 한번 들렀다 나왔더니, 벌써 어둑어둑해져서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이곳 썬크루즈 테마 공원은 ‘조각 공원’이라고도 불리는 것을 보면, 몇몇의 이런 조각들로 꾸며놓아서 그런 것 같다. 조각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호텔 주변의 공원을 거닐면서 하나씩 감상하기에는 좋은 오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지금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꼭 인사를 한 번 더 나누고 싶은 조각품이 있었다.      
























바로 위 사진 속의 이 조각품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종종 했었던 손도장 약속들이 생각나면서 순간 동심에 빠진 듯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부럽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저 손등의 힘줄을 보아하니 아주 어린아이들 같지는 않았거든. 누군가 서로 영원한 애정이나 단단한 신뢰를 저 힘찬 힘줄처럼 굳게 약속하는 듯한 그 느낌은 나만의 착각인가. 


‘그대들의 약속이 꼭 굳건하게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오. 

지나가는 이 나그네 한 명도 그 바람을 보태겠소. 파이팅.’      



나는 여기에 혼자 와서 저 조각상의 주인공들처럼 다른 누군가와 약속을 할 수는 없으니, 썬크루즈 너에게 약속을 하나 하고 싶구나.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말이지. 


‘나는 지금 이곳을 떠나지만, 여기 정동진을 아예 떠나는 건 아니야. 아니, 겨우 이제 시작인 걸? 내가 앞으로 얼마나 이곳에 머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에게 한 가지 약속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동진 이곳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찾아올게. 혹시라도 무슨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약속을 꼭 지켜볼게! 

나도 약쏙~!! 손도장 꾹꾹꾹~!!! 눈도장과 함께, 마음의 도장을 찍고 간다. 씨유! 조만간 또 보장~!”      



아까 스카이라운지에서 딸기 라떼 한잔과 함께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동진의 모습을 보면서 도착 신고식을 했던 것처럼, 여기 손도장 조각한테도 신고식을 하면서 나중에 떠날 때는 작별 인사도 하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이다.      




















썬크루즈 선박 모양이 숙소 창문으로도 보여서 그 모습에 이끌려 이렇게 손수 행차하기는 했지만, 내심 ‘스카이라운지’ 이곳에 와보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조각 공원 전망대보다 더 높은 건물 꼭대기에 있어서 한눈에 보이는 동진이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동진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여기서는 더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맛난 음료를 한잔 시켜서 한 모금 들이킨 후에, 다섯 손가락을 쫙 펴서 손바닥 전체를 창밖의 정동진 풍경에 살짝 갖다 대보면 내 손 안으로 쏙 들어와 버린다. 렇게 동진이가 앙증맞은 아이처럼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마치, 작은 동진이 전체를 내 품에 안은 기분이다.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다.   


      

‘내가 오늘부터 너를 내 손안에 한가득 담아서, 내 마음의 품으로 살포시 안았단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동진아. 여기서 이렇게 너랑 함께 지낸다고 생각하니깐,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늑해지는 것 같아. 네가 지금 나랑 같이 있어줘서 너무 든든해! 고마워.’ 



드디어 내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더더욱 실감 나는 순간이다. 


정동진 너를 내가 접수한 거지. 내 일상의 시공간으로. 


'동진아, 준비 됐니? 나랑 함께할 준비??  준비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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