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형주 Jan 04. 2024

타이로나 국립공원과 근성

주간 여행 에세이 16

남아메리카의 서북부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타이로나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타이로나 국립공원은 다양한 동식물이 존재하는 트래킹 코스와 아름다운 카리브해 해변으로 유명하며 2019년에는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공원 내에는 해먹 혹은 텐트로 된 숙소만 존재한다. 나무로 포장된 도로도 제법 존재하지만, 대부분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트래킹을 하다 보면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한 음료를 해변가에서 팔기 위해 아이스박스를 등에 지고 다니는 사람이나, 말에 얹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토착민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많은 관광객, 공원에 몇 개 존재하는 레스토랑의 점원, 짐을 이고 지고 오는 행상인, 맨발 혹은 장화를 신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토착민 등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주변에는 에메랄드 빛의 카리브해와 우거진 밀림이 있고 도마뱀, 말, 원숭이, 새, 각종 벌레들이 같이 서식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대단하다.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고 토착민들도 존재하는 열대 밀림. 이곳을 쉽게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그냥 내버려 두고 환경을 최대한 지키는 것. 혹은 대규모 공사를 감행해 관광객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시설들을 짓고 수익을 최대한 내는 것. 이 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이곳, 타이로나 국립공원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 다 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경도 지키면서 관광객도 받는 것이다. 타이로나 국립공원에는 사람과 말이 다닐 수 있는 정도로만 도로가 존재한다. 군데군데 진흙이나 바위도 많고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충분히 걸어 다닐만하다. 공원 내부에는 해먹과 텐트 이외의 숙소가 없다. 레스토랑 몇 개와 그 직원들의 공간, 화장실과 샤워실 등 아주 필수적인 시설들만 지어져 있다. 이처럼 관광객을 받으면서 동시에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한 방문자인 나에게도 느껴졌다. 돈도 벌어야 하고, 환경도 보전해야 한다. 정말이지 귀찮은 일이 틀림없다. 환경 보전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선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토착민들과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걷고자 하는 상급자를 설득해야 한다. 한 번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상황에 대해서, ‘돈은 벌지만 환경도 보전해야 한다’는 명제를 전제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만화가 김성모는 근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머리로는 하고 싶은 것, 그런데 몸은 하기 싫어하는 것. 그것을 하는 것. 그게 바로 근성이라고. 환경 보호를 위해 가만히 두는 것은 쉽다. 밀어버리고 관광지로 만드는 것은 쉽다. 두 가지를 다 챙기는 것은 당연히 하고 싶은 일이지만,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 일, 그러니까 이런 자연환경을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자연 속에 텐트를 치고 파도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고 기분 좋은 경험을 가지고 돌아가는, 그 어렵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더 넓은 시야로 볼 때 지구 환경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근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전 15화 태평양 건너 한국에 대해 생각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