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행 에세이 18
저녁에 무슨 음식을 먹을 것인지,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 것인지, 혹은 앞으로 미래에서 어떤 일들을 할지 등등 이런저런 선택에 대해 와이프와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한다. 이런 것들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하고 싶고, 저런 것들은 저러저러한 이유로 하기 싫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럴 때마다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간단하고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저 말대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나 지킬 수 있는 말처럼, 그리고 책임감이 없는 말처럼 들린다. 하고 싶은 것은 어릴 때나 하고, 어른이 되고 나면 책임질 것이 생기면서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해야만 하는 거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고,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이 미성숙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것/하기 싫은 것은 선호의 영역이다. 반면에 해야 하는 것/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무의 영역이다. 세상에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는 후자, 그러니까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먼저 교육받는다. 빨간 불에는 횡단보도를 건너지 말고, 복도에서는 뛰어다니지 말고, 수업시간에는 앉아서 공부를 하고, 아침에는 일어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들고 등등. 어른들은 이에 대한 이유를 가르쳐주지만 아이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지키지 않으면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하라니까 하고 하지 말라니까 하지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의무를 더 이상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차에 치일 위험을 감수하는 어리석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의무가 아니다.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시험에 떨어지는 것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렇듯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의무로 받아들였던 것들을 커가면서 그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의무들은 점점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의무의 영역에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선호의 영역에서 사고하는 것은 정신이 성숙하여 내 행동의 결과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선호의 영역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당연하다. 어릴 때부터 이건 해야 한다, 저건 하지 말아야 한다, 하는 의무에 대해서만 질리도록 들었다. 커서도 그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렇지만 바뀌어야 한다.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이해할 수 없거나 거부감이 들면서도 의무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나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야 한다.
이제 2024년 새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새해에는 어떤 다짐을 할까. 만약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우리 부부의 입버릇인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를 당신의 새해다짐으로 추천한다. 어린애 같은 다짐이라고 핀잔주는 사람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야 말로 어른스러운 행동이라 강변하라. 모두가 ‘제멋대로‘ 산다면 더 재미있는 2024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