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26일
평소보다 아주 조금 일찍 일어났다. 멀리서 보면 똑같이 오후에 일어났지만, 굳이 문장으로 사실을 남겨두는 이유는 덕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하는 저녁 이전에 홀로 밥을 챙겨 먹었다는 아주 중요한 변화가. 변화가 아니라 복귀가 맞는 건가. 뭐가됐든 이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노트북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었다.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건데, 왜 할수록 어렵고 난해한지. 어떤 일이 좋아지는 건 그 일을 잘해서도 한 몫한다. 반대로 싫어지는 건 그 일을 못해서도 한 몫한다는 소리다.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중간에 겁먹고 도망가는 건 더 싫어서 계속 부딪혀 보고 있다. 막힐 때 괴상한 소리를 내며 괜히 옆에 있는 동생과 장난도 치면서, 어떻게든 끝냈다.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여유로워서, 혹시나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라는 마음이었는데, 어떻게든 조금씩 해치울수록 오히려 조급해져 왔다. 짧은 시간 내에 커피를 3잔이나 비웠다. 물론 디카페인이었지만, 일을 할 때마다 무언가 꼭 마셔야 하는 내가 순간 얼마나 마음이 급박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욕심이란 할수록 생긴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끝낸 자체가 어디야, 스스로를 다독인다.
은근 욕심이 많은 내가 다시 눈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카메라. 구매 당시에도 핸드폰도 사진 찍기에 좋으면서 괜한 욕심에 구매했던 카메라. 특유의 색감이 마음에 쏙 들어서 한동안 열심히 들고 다녔었다. 그러다 방치됐고. 갑자기 새벽에 눈길이 가서 다시 만져보기 시작했다. 원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영상을 찍는데 써볼까 하는 마음. 더 좋은 기종의 카메라를 구매하려는 건 아니지만, 메모리카드도 더 좋고 용량이 넉넉한 것으로 구매했다. 카메라용 삼각대도 따로 구매할까 싶어 진다. 이러다 또 '조금만 보태' 병이 나올까 봐 무섭다.
카메라의 렌즈든, 핸드폰 카메라의 렌즈든 모든 카메라의 렌즈는 꼭 눈 같다. 사실 세상은 한없이 넓은데, 사진에 담기는 건 아주 한정적이다. 나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담고 싶은 것만 담는다. 그러니 사진첩에 쌓이는 것들은 내가 담고 싶었던 세상의 모습. 내가 남기는 글도 내가 담고 싶었던 하루의 모습. 점점 높아지는 욕심과, 오래도록 지니고 싶지 않은 건, 그리고 담고 싶지 않은 건 그냥 한 구석에 치워버리고.
내가 이 카메라로 담는 하루가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많으면 더 좋겠고. 다시 올라오는 욕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