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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31. 2021

아쉬움, 안녕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31일, 오후 6시 36분


 동네 친구들과 아주 오랜만에 근처가 아닌 장소에서 약속을 잡았다. 목표는 단 하나, 모두가 함께 좋아하는 가수의 가족이 하는 마라탕 집에 방문하기 위해서.


 바람은 선선. 그런데 약간 습하고 덥고. 날씨가 괜찮은 듯 별로였다. 언제나 쉽고 편하게만 풀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세상은 늘 함정을 곳곳에 파둔다.


 마라탕은 맛있었고, 즉석사진은 우당탕탕했지만 나름의 즐거움을 잔뜩 머금었다. 그 후에 방문한 펍은 비싸고 치킨에선 기름이 한 움큼 나왔지만, 자리를 옮긴 술집의 어묵탕은 신기하고 괜찮았다.


 산지 얼마 되지 않은 보조배터리를 잃어버렸다. 원래 아쉬움은 또 다른 아쉬움을 만나면 그 몸집을 급속도로 부풀린다. 자잘하게 쌓인 아쉬움이 모여 다음엔 동네에서 놀자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새로움이 늘 좋은 건 아니다.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좋은 것도 없지 않았다. 조금 더 높고 세련된 건물들 틈에 보인 하늘이 참 고왔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하늘의 사진을 찍었다. 낯설고 이질적인 남의 동네에서, 어느 건물 옥상 위 빼꼼 고개를 내민 나무 세 그루가 눈에 띄었다. 이방인들을 살펴보는 듯한 모양새로. 어쩌면 인사를 건네는 중일지도 몰랐다. 나도 속으로 안녕, 인사를 건넸다. 주변에 친구들도 모르게.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나쁜 하루도 아니었다. 오늘 느낀 아쉬움은 새로움이 남긴 찌꺼기이자 다음을 위한 거름이 될 테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난 또 새로움을 찾아가겠지. 그러다 어느 나무의 인사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오늘의 아쉬움에게 그런 것처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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