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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w Mar 09. 2024

이끼숲

저자 천선란

작년 여름, 학교도서관에서 전공책을 찾아보다 머리 좀 식힐 겸 sf소설을 찾아 서가를 돌아다녔다.

그때 우연하게 [이끼숲]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했지만 sf소설답게 먼 미래를 전제로 쓰인 줄거리가 꽤나 흥미로웠었다. 소설 속 배경은 지하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줄거리는 둘째치고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그 지하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친구에게 독백을 하던 부분이 생각난다.

[내 생각이 글자로 옮겨지다니. 엄청난 일이야. 이건 어떤 세상을 옮기는 일이라고.

그래서 매번 문장을 쓸 때마다 건축하는 마음으로 해.

나는 건축이 뭔지 잘 모르지만, 이 지하 도시와 같은 거 아니겠어?

무너지지 않게, 헷갈리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작가는 건축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쓴 말이 아니겠지만 난 이 스쳐 지나가는 말이 소설의 줄거리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건축은 소설 속 허구와 다르게 실존하는 세계를 짓는 일이다. 그렇기에 가끔 말도 안 되는 건축을 페이퍼아키텍처라고 비꼬아 말하기도 하지만 종이 속에만 존재하더래도 건축임은 변함없다.


아돌프로스는 누군가 잠들어 있는 묘비를 보며 ‘이것이야 말로 건축‘이라고 말했다.

아돌프로스의 말처럼 건축은 오래전부터 문명과 함께한 만큼 그 어느 학문보다 더 심오한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장이 하는 말처럼 건축의 정의가 거창하지 않더래도 

'내 생각이 글자로 옮겨지는 것, 이건 어떠한 큰 세상을 옮기는 거야. 마치 건축을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을 글로 짓는것 처럼 때로는 건축을 좀 더 가볍게 바라봐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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