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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코 Jan 24. 2024

프리랜서도 로그아웃이 필요하다!

하루의 일을 마무리 짓는 루틴의 필요성

프리랜서는 일과 일상의 경계가 희미하다. 외부에 작업실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집에서 일하는 나의 경우에는 출퇴근의 개념이 없다. 다행히 남편이 규칙적으로 출근을 하니까, 그에 맞춰서 나의 작업 시간도 돌아가는 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부터, 저녁 먹기 전까지. 조금 더 잔업이 필요한 날은 저녁 먹고 난 이후와 주말에도 작업하는 시간을 가진다. 


나에게 출근은 눈을 뜨자마자인데, 그렇다면 퇴근은 언제인가? 주로 잠 들기 바로 직전인 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눈 뜨자마자 잠들기 전까지 일을 하거나, 일 생각을 한다는 소리인데 대단하군..)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 일을 하는 건 좋다. 나는 나의 일을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내 시간을 내가 자진해서 쓰는거니까. 그런데 간혹 잠들기 전까지 부랴부랴 일을 하다가 급히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으면 머릿 속이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찬다.


'내일 할 일 제대로 써놨던가?', '아까 그거 한번 더 읽어 봐야 하는데..', '아. 이번 주 만화 뭐 그리지?'.. 작업과 관련된 오만 생각들이 내 머릿 속을 헤집는다. 도저히 마음 편히 잠에 들 수가 없다. 남편과 취침 시간을 맞추려고 하던 작업을 부랴부랴 대충 마무리 짓고, 부랴부랴 씻고 누운 게 원인인 것 같았다. 남편에게 먼저 자라고 일러둔 뒤, 다시 작업실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평소에 나는 작업을 마치고, 이번 주에 마저 해야할 일들을 살핀 후 다음 날의 계획을 플래너에 오전, 오후 시간순으로 적어 넣는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할 때는 작업 일지를 쓴다. 오늘 하루의 작업에 대해 회고하거나, 요즘 가지고 있는 걱정을 털어 놓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다시 작업실 책상에 앉아서 아까 대충 쓴 플래너를 다시 펼친다. 천천히 내일을 상상하며 내일 해야할 일들을 다시 한번 새긴다. 그리고 작업 일지 노트를 펼치고,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다. 노트 페이지가 채워질 수록 나의 머릿 속은 점점 비워졌다.


다음 날의 작업 계획을 세우는 일, 오늘의 작업을 회고하는 일, 평소에 습관처럼 해왔던 일인데- 어느새 나의 루틴이 된 모양이었다. 작업 후 루틴은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신호이자, 천천히 프리랜서의 전원을 끄며 완전한 로그아웃을 실행하는 일이었다. 온 종일 일에 몰두했던 만큼, 그 몰입의 상태에서 나를 천천히 꺼내줘야 하는데, 정신없이 나를 빼내는 순간 몰입하던 생각들까지 같이 딸려 오고 만다. 작업을 종료할 때는 차분하게 루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USB를 제거할 때 천천히 '제거' 버튼을 누른 후 본체에서 뽑아 내듯, 프리랜서도 하루의 마지막에는 '로그아웃' 버튼을 누른 후 천천히 종료해야 한다. 그제서야 진짜 퇴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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