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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Feb 02. 2024

이 세계를 잇는 아바타

아바타avatar.

이 단어는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자신의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더욱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아바타는 분신이나 화신이라는 뜻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국어사전에는 온라인에서 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라고 설명되어 있다. 영어사전에는 개인의 태도나 가치관을 의인화 한 것으로 풀이 되어 있다.


본래 아바타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다. 힌두신화에서 신이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육화된 것을 의미한다. 보통 a-로 시작되는 접두어중에 분리를 의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바타의 경우에도 ava-는 분리와 하강을 의미하는 접두어 역할을 한다.


신들의 세계는 천상이고 인간의 세계는 지상이다. 이것은 동서양 신화의 공통적인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주기도문에도 반영되어 있는 헤르메스트리스메기스투스의 유명한 문구에서 부터 하늘과 땅은 나누어져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라는 표현이다.


동양에서 하늘과 땅의 구분은 주역의 계사전 이래로 늘 상관적인, 대대적인 철학의 바탕이 되어왔다. 하늘의 형과 지상의 상이 합해서 형상이 되고, 하늘의 기와 지상의 질이 합해서 기질이 된다. 인간이 입으로 먹는 것은 모두 땅에서 나는 것이고, 코로 마시는 것은 하늘의 기운이다. 하늘에는 무늬가 있기 때문에 형이고, 땅은 물리적 실체가 있어서 질이 된다. 한자를 이용하는 한국의 기본적 어휘에는 하늘과 땅, 초월적인 세계와 유한한 세계에 대한 근원적 사유가 이미 들어 있는 셈이다.


아바타는 신화에서 신들의 추상적인 세계와 인간의 물질적인 세계의 이원적인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어원상으로는 형체가 없는 추상적인 신이 인간의 세계에 내려오기 위해 물질적인 형상을 갖추게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살펴본다면, 게임을 하기 위해 사용자가 게임속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의 육체로는 게임속에서 활동할 수 없으니, 디지털 캐릭터를 선택해서 게임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유비적으로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당연히 이름도 똑같이 아바타로 부른다.   


어원적 의미를 살펴보면, 아바ava-는 하강과 분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타르tar-는 건너간다cross over, 가로질러 간다, 그리고 좀더 추상화되어 넘어간다, 극복한다overcoming는 의미까지 갖고 있다. 무엇을 건너고 무엇을 극복하는가? 신과 인간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경계를 건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를 건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나보다. 극복이라는 말은 어려운 과제를 이루었을 때 사용하지 않는가? 신의 세계로부터 인간의 세계로 넘어오기 위해 지상으로 하강하는 것이 아바타라는 단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셈이다.  


가로질러 간다는 뜻의 tar-는 어원상 trans-와도 관계가 있다. trans-역시 가로지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잘 알려진 접두어다. 성gender을 바꾸는 것은 성을 가로지르는 것이므로 transgender라고 한다. 장소를 옮긴다는 뜻의 transportation, 옮겨 심는다는 transplant,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translate, 그리고 조상들의 문화를 후손에게 옮겨주는 trandition까지 모두 관계가 있는 말이다.


타르tar-가 극복한다, 넘어선다는 뜻으로 활용된 단어는 넥타nectar가 있다. 어릴 때 마시던 음료수 중에 복숭아 넥타, 오렌지 넥타 등의 이름이 있었다. 그땐, 넥타가 음료수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건 신들의 음료수 였을 뿐이었다.


영어단어로 사용되는 넥타는 꽃에서 곤충이 채집하는 화밀을 의미한다. 꽃에서 채취하는 달콤한 액체라는 말이다. 하지만, 넥타는 일종의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넥타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암브로시아를 먹을 때 함께 먹는 음료를 의미한다. 암브로시아나 넥타는 신들이 늘상 먹는 음식과 음료지만, 인간이 먹게 되면 상처가 낫고 영생을 살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서유기』에서 오공이 천상의 복숭아 밭, 반도원을 지키면서 마구 따먹었던 복숭아와 비슷한 기능성 식품인 셈이다. 이래저래 손오공이 수명연장과 불로장생 식품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웠던 탓에 손오공은 아무도 죽일수 없는 존재가 된다. 하늘에서는 손오공을 죽일수 없으니, 벌이라도 주기 위해 거대한 산 아래 가둬 놓는다. 산의 이름은 오행산이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오행이라는 산의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동양의 우주관에서 가장 중요한 다섯가지 요소. 목화토금수로 이어지는 오행의 순환구조는 그대로 불교의 윤회관과 관계되기 떄문이다. 손오공이 오행산 아래 갇혀 있는 것은 이러한 윤회의 구조에 갇혀 있는 중생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오행산을 벗어나 불경을 가지러 가는 것은 곧 불교에서 추구하는 해탈, 오행의 순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오공은 죽음을 극복하는 것 이상의 더 심원하고 초월적인 것을 극복하게 된다.  

이러한 극복의 의미는 넥타nectar에도 나타난다. 넥타를 마시면 죽지 않는다. nec-은 죽음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비록 일상에서 접하는 용어들은 아니지만, necromancy라고 하면, 죽은 사람들과 소통해서 점치는 것을 의미한다. necropolis는 죽은 사람들의 도시, 곧 넓은 묘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넥타라는 말은 죽음nec을 극복tar한다는 의미가 된다.  


죽음을 극복한다는 뜻을 가진 넥타nectar에 화밀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꽤 깊은 통찰의 결과처럼 보인다. 일찍이, 프랑스의 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가 통찰할 바 있듯이, 꽃은 식물의 성기다. 자손을 이을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기관인 것이다. 신들은 애초부터 죽음을 극복한 불멸의 존재이지만, 인간은 죽음을 자손의 번식으로 극복한다. 그런 의미에서 꽃 역시도 자신의 존재를 화밀을 통해 영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타르Tar〉라는 제목의 영화가 넷플릭스에 소개되었다.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았던 주인공 리디아 타르의 이름이기도하다. 정교하게 조각된 단단한 크리스털같은 이미지. 최고의 클래식 지휘자로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녀의 삶은 사랑과 욕망에 대한 잘못된 선택으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정상이 높을수록 추락은 더 길고 더 깊다.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타르라는 이름이 제목으로 쓰인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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