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logo, ghost, logogram, glamour
모든 로고logo에는 귀신이 있다.
현대인들에게 로고는 매우 친숙하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물건들 중 로고 없는 물건은 거의 없다. 나이키 운동화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많은 물건들은 단순한 로고로 상품의 정체성을 과시한다.
로고Logo는 로고그램logogram의 줄인말이다. 로고는 단어, 말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에서 파생된 말이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그램(-gram)은 그림을 의미하지만, 일종의 문자, 기호라는 의미의 접미사로도 쓰인다. 풀이한다면, 어떤 의미를 가진 형태로서의 말 혹은 단어 정도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문명에서 로고스라는 말에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요한복음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말(λόγος=logos)이 있었다’(In the beginning existed the word and the word existed with the god and a god was the word)
Logos는 논리를 의미하는 많은 단어들의 어근이 된다. 논리학, 논리라는 말의 Logic은 ‘Logos’에서 파생된 단어다. 로고스는 Biology, Psychology, Geology등 특히 학문을 지칭하는 많은 단어에서 사용되고 있다. 말, 언어는 기본적으로 이성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논리학은 언어를 근간으로 이루어진 사고의 형식이다.
서양철학에서 로고스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정립했던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의 로고스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성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는 ‘만물을 연관 짓고 모든 자연 현상을 발생시키는 보편적인 원리’로서 로고스를 의미했으며, 이러한 로고스를 아는 것이 ‘지혜’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로고스를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만 한정지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비록 로고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로고스가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
Although the logos is universal, most people live as if they had an understanding of their own.
그의 보편적인 원리는 밤/낮, 상/하, 삶/죽음, 빛/어둠 등의 상호의존성과 동적 평형을 의미한다. 마치 동양의 음양(陰陽)사상에서 추구하는 균형의 의미와 비슷하다. 로고스는 세상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균형을 만들 수 있는 모순되지 않은 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 모순되지 않게 설명한다면 과학도 미신도 신화도 모두 로고스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이 갖는 물신(物神)성을 일종의 비합리적이고 신화적인 사고의 형태라고 밝혔다. 그런면에서 상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로고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신화적이며 미신적인 정신성을 상징이다. 많은 사람들은 물건의 가치보다 로고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로고에 진정한 물질적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그것은 현실적으로 현금과 교환되며 실현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미를 어원으로 하는 로고가 이처럼 신화적이고 물신적인 양상으로 발전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서양은 보통 동양과 대비되는 관점에서 이성중심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문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이성중심적인 과학성의 근저에는 과거 동양적인 속성으로 여겨졌던 신비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미신적인 믿음이 깔려있다.
서양에서 흔히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 마스코트(mascot)는 어원이 마스크(mask)와 관계가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제들이 과장된 얼굴의 표정을 각인한 마스크를 쓰고 춤을 추거나 기도를 올렸다. 그리스의 원형극장은 무대와 관객석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그 표정은 어느 정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마스크와 마스코트의 관계는 더 이어진다. 마스코트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일종의 수호신의 상징이다. 동물이거나 사람이거나, 물건이거나 어떤 표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마스코트에는 일종의 신비화된 믿음이 부여된다. 마스코트의 어원에 연결된 마스크에는 악몽, 유령과 같은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서 초자연적인 현상과 결부된다. 따라서 마스크는 부적같은 신비로운 힘과 연관되기도 한다. 부적은 영어로 쉽게 Charm이라고 번역한다. 여기서 파생된 charming이라는 말은 흔히 ‘매력적이다’ 는 말로 번역된다. ‘매력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Attractive도 있다. attract 한다는 말은 끌어당긴다는 말이다. 밧줄로 묶거나 손잡이를 당겨서 끌어당기는 것(Pull)이 아니다. 중간에 매개된 물리적 장치가 없는데 끌어당기는 것이다.
뉴튼이 중력을 발견하기 전까지 서양의 물리학체계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 사이의 힘은 인정되지 않았다. 동양에서는 그 사이에 항상 기(氣)가 존재한다고 믿었지만 말이다. 기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 중심의 물리학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던 힘이지만, 뉴턴은 그 보이지 않는 힘을 발견하고 중력이라고 불렀다.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과학자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여겨지던 뉴턴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물리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의 화신이 된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귀신은 보이지 않는 기(氣)로 존재하고 인간은 경험적인 질(質)로 존재한다. 물론, 살아있는 인간에게도 이런 정신적인 기는 혼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게 ‘호인의 기질(氣質)이 있다’ 라고 말할 때, 이 말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정신성과 육체적인 물질성을 동시에 의미한다.
끌어당기는 힘, 그것은 매력이다. 그리고 마스코트, 마스크, charm, attractive 그리고 ‘매력’을 관통하는 의미는 귀신(鬼神)이다. 혹은 귀신으로 대표될 수 있는 미신적이고, 신비적이며 신화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한자를 살펴보면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매력이라는 말은 한자로 魅力이라고 쓴다. 단어에 이미 귀신(鬼) 있다. Charm과 attractive를 ‘매력’으로 번역한 최초의 번역자는 분명 한자에 매우 능숙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최근들어 영어의 glamour라는 단어가 매력을 의미하는 용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글래머glamour라는 말은 보통 육감적인 미녀를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남녀 공통 매력적인 사람에 대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glamour는 문법을 의미하는 그래머grammar와 관계가 있다. 과거 마법의 주문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었는데, 그것은 grammar라 불리기도 했다. 매력을 의미하는 glamour라는 단어의 기원에도 역시 마법적인 요소, 혹은 동양적인 관점에서라면 귀신적인 요소魅力가 개입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매력은 평범한 차원을 넘어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로고가 갖는 매력은 마치 귀신에게 부적을 쓰는 것처럼 효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부적을 미신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로고에 대한 믿음은 부적에 대한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적으로 귀신을 쫓아내기도 하지만, 좋은 기운을 불러오게도 한다.
로고역시 선택에 따라서 비슷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정 로고는 특정한 의미를 전달한다. 로고를 선택하는 것은 그 의미를 선택하는 것이고, 결국 로고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믿음을 일으킴으로써 대상을 실제와 다르게 의도된 모습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부적은 귀신에게 쓰고 로고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할 뿐 기능과 효과는 비슷하지 않은가?
현대소비사회가 귀신을 만나는 상황은 극적이지만 매우 일상적이다. 흔히 자기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긁게 되면 우리는 ‘지름신神’이 내렸다고 말하지 않은가? 로고 없는 물건을 살 때 우리는 ‘지름신’을 만나지 않는다. 그 신은 결국 로고속의 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