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무조건이라는 건 없다

루이스 피구, FC바르셀로나를 떠나 레알마드리드로 가다!

by 장작가



집 안의 드레스 룸에는 ‘데얀’이라는 이름이 적힌 FC서울 유니폼이 있다. 2018년 FC서울과 계약이 끝난 데얀이 수원삼성의 유니폼을 들고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니, 어떻게 팀을 옮기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꼭 거기였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데얀의 유니폼 사진을 올리면서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밑에 댓글이 달렸는데, 여러 가지 방안이 있었다. 첫 번째, 불태운다. 두 번째, 찢는다. 세 번째, 걸레로 쓴다. 네 번째, 마킹을 제거한다. 이 네 가지 방안 중에 나는 그 어떤 것도 시행하지 못했다. 보기 싫은 유니폼을 보이지 않는 구석에 넣어 뒀고, 시야에 보이지 않자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FC서울의 데얀이 수원삼성으로 팀을 옮긴 것 이상으로 충격적인 일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해 있었던 포르투갈. 포르투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루이스 피구.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온 루이스 피구는 우리나라의 수비수 송종국에 의해서 꽁꽁 묵혀서 아무것도 못했고, 팀이 패배하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리고 32강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짐을 싸고 한국을 떠났다.


루이스 피구는 11살에 포르투갈의 명문 축구 클럽인 스포르팅 리스본의 입단 테스트에서 합격하게 된다. 그리고 유스 팀에서 잘 성장하여 1군 정규 멤버가 되어 프로선수로 데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맹활약을 펼치면서 유럽 유수의 축구 클럽들의 관심을 끌었고, 1995년 그는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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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부주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이적이 다가왔다. 그가 이적하고 싶었던 마음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를 영입하고 싶었던 축구 클럽이 한 팀 있었고, 그 팀이 바로 FC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라이벌인 레알마드리드였다.


선수들이 자신이 뛰는 팀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마치 일반인들이 이직을 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들이 뛰는 축구팀이 곧 자신의 직장과도 같기 때문이다. 내가 연봉 5 천만 원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어느 날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다른 모든 조건은 똑같은데 연봉 8천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누구든 이직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할 것이다. 다만 일반인들이 직장을 옮길 때에는 선수들이 팀을 옮길 때와 같이 구단 간 주고받는 이적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더 좋게 평가해서,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면 팀을 옮기는 것을 한 번 고려해 보게 된다. 게다가 옮기고자 하는 팀에서 ‘당신을 우리 팀이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한 인원이 될 것이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더더욱 그 팀에 관심이 가게 될 것이다.


루이스 피구의 이적 전에 레알마드리드는 회장 선거를 하고 있었다. 그 회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었던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회장 당선 시에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피구를 영입하겠다는 공약을 건다. 당선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할까? 피구는 많은 바르셀로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게다가 피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바이아웃 금액으로 설정되어 있었던 6천만 유로(약 800억)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급해야만 했다.


선거 일로부터 4주 전부터 피구의 영입을 시도한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회장에 당선되고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바이아웃으로 설정된 6천만 유로를 바르셀로나의 계좌로 입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구에게 바르셀로나에서 받던 주급의 네 배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피구는 팀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페레즈가 피구와 관련된 이들과 작성한 사전합의서 덕분이었다. 페레즈는 루이스 피구의 축구 영웅이었던 파울로 푸트레에게 그를 영입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푸트레는 루이스 피구의 에이전트였던 베이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루이스 피구 이적에 관한 사전 합의서를 작성하는데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1. 페레즈가 레알 마드리드 회장으로 선출되면 즉시 바르셀로나에게 6천만 유로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한다

2. 파울루 푸트레와 조제 베이가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3. 루이스 피구가 레알마드리드로의 이적을 거부할 시에는 팀에게 3천만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스 피구 사건 : 세기의 이적>을 보면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 전에 바르셀로나 회장에게 전화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당시 FC바르셀로나의 회장으로 취임한 후안 가스파르트는 피구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비행기 표가 두 장 있는데 하나는 리스본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 편과 리스본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 편. 그리고 피구는 바르셀로나행을 타느냐 마느냐는 회장님한테 달려 있다고 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바르셀로나로 오냐는 질문에 피구는 5억 페세타(1869년에서 2002년까지 스페인에서 사용된 통화) 만큼 바르셀로나에서 보장받고 싶다며 지급보증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가스파르트 회장은 지금 시간이 자정인데 어떻게 줄 수 있겠냐, 불가능한 요구 사항이라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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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 루이스 피구는 레알마드리드로의 이적을 확정 짓고, 새로운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게 되었다. 이제 그는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배신자’가 되었다. 팬들은 피구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에서 ‘FIGO' 마킹을 제거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바르셀로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 사람이 팀을 옮기는 선택을 한 데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컸을 것 같다.


팬들의 이런 감정은 3달 후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 노우에서 열렸던 레알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험악한 분위기로 드러났다. 경기 시작 전부터 바르셀로나의 관중들은 ‘피구, 죽어라’, ‘피구, 개자식’이라고 하면서 공격했다. 게다가 피구가 코너킥을 차기 위해서 구석 쪽으로 걸어갈 때에는 많은 물통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루이스 피구의 이적만큼 충격적인 일은 2021년에 일어났다.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가 아닌 파리 생제르멩FC의 유니폼을 입게 된 것.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바르셀로나에서 은퇴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로 재정난에 시달린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는 기자회견장에서 울먹이면서 팀을 떠났다. 그의 팀에 대한 애정도 컸을 것인데, 리오넬 메시와 같은 선수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팀에서 뛰지 못하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 삶에서 ‘절대’, ‘무조건’ 일어나지 말라는 일은 없다.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남아 있다면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이다. 데얀이 FC서울의 배신자가 되었던 것처럼, 루이스 피구도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배신자가 되었다. 데얀은 FC서울과의 계약이 종료되어서 팀을 옮겼고, 루이스 피구는 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금액을 바르셀로나에 지불하면서 팀을 옮긴 것이 다르다. 데얀이 떠난 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한편으로는 수원 삼성으로 팀을 옮겼던 데얀의 선택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축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은 한 명의 인간이었고, 매일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축구 선수로써 경력을 이어 나가야만 했다. 그런 그에게 FC서울과의 계약이 끝난 상황에서 수원삼성은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FC서울만큼 수원삼성도 꽤 괜찮은 팀이었고 연봉 역시 생활하는데 부족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같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도시라는 점도 그의 마음에도 들었을 것 같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며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그런 일들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한다. 그런 게 그런 일도 내막을 찾아보면, 다 그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세상 속 여러 가지 일 중에 절대, 무조건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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