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6월 말, 남편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강진에 내려왔다. 삼 남매를 그리워하던 남편은 아이들이 없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전화할 때마다 이야기하곤 했다.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줄 알았던 남편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삼남매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다섯 아이들로 북적이던 집에는 두 아이만만 남았고 삼 남매는 강진에 내려왔다. 남편은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적막함과 진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었다. 오남매 아빠는 한 달에 한두 번은 강진에 내려와 아이들을 만났다.
강진에 내려온 남편은 삼남매 함께 강진 체육관에 있는 수영장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엄마! 여기 보세요! 개구리가 있어요!"
"어?진짜 개구리가 있네?"
평소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는 00 이가 주차장을 가다 개구리를 발견했다.
돌틈 사이에 얼굴만 빼곡히 내민 청개구리는 부쩍 더워진 날씨를 이겨내지 못하는 듯,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처럼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침 우리에게는 생수 한 병이 있었다.
"엄마! 개구리한테 물 좀 부어줘도 돼요? 너무 목마른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절반만 부어줄까?."
돌틈에서 머리만 빼꼼히 내밀던 개구리는 물을 부어주자 바깥쪽으로 몸을 내밀며 나왔다.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청개구리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가 물을 부어주자 개구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개구리는 물을 부어주자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개구리를 향해 손을 내밀자 그 위에 폴짝 뛰어올랐다. 개구리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걸까? 아이의 손가락 위에 앉아있는 개구리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00 이는 개구리와 교감하듯 한참 동안 개구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00아! 아빠가 차 안에서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서둘러서 가야겠다."
00 이는 개구리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듯 조심스럽게 돌틈 밑에 내려주었다.
"엄마! 개구리 죽지 않고 살아있겠죠?"
"그럼! 걱정하지 마~ 00 이가 물을 많이 줘서 살려줬으니 이젠 개구리도 힘을 얻었을 거야. 그리고 개구리도 힘들면 돌틈 사이로 들어가서 잘 버티고 있지 않을까?"
요즘 찬바람이 불며 기온이 떨어지다 보니 몸이 움츠러들어드는 날씨다. 문득 집 주변에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개구리, 우리 집 창문 앞에 붙어있던 개구리가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학교 앞 신호등 주변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벌레떼들, 하늘을 날던 잠자리, 매미는 계절이 바뀌면서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겨울인 지금, 우리는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엔 여전히 생명들은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겠지.
"여보~! 있잖아! 이곳도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
아참! 그리고 있잖아 ~팽나무 머리카락 다 빠졌어!"
"응? 그래. 그런데~ 뭐라고? 나뭇잎 떨어졌다고 말하지~머리카락 다 빠졌다고 해서 깜짝 놀랐잖아!"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남편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하하하! 미안! "
한참 탈모로 고민이 많았던 남편에게 나는 짓궂은 장난을 했다.
내가 애정하는 팽나무도 겨울이 왔음을 온몸으로 알려주었다. 팽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지만, 그 자태는 우아하다. 팽나무에 앉아서 울던 매미도, 바람에 흩날리던 나뭇잎들도, 또 새들도 보이질 않는다. 이곳의 겨울은 고요한시간처럼 지나갈 것이고, 기다리던 봄은 언젠가 환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