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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ife Aug 15. 2020

나이아가라 폭포와 애증의 버펄로

아메리카 기행 - 뉴욕 14

뉴욕에 있는 동안 하루는 시간을 내어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왔다. 물길을 좋아하는 내게 세계 3대 폭포라는 명성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이아가라 강을 경계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의 모습도 살짝 궁금해졌다. 국경에 그냥 물길도 아니고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폭포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이아가라 폭포도 뉴욕시와 마찬가지로 뉴욕주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뉴욕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었다.) 정확하게는 뉴욕주 북서부의 버펄로(Buffalo)라는 도시이다. 지명이 소 이름이라니 참 재미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버펄로 고기로 유명한 곳이며, 우리가 잘 아는 버펄로 윙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버펄로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이 땅에 살 때부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물이었다. 인디언들은 버펄로의 고기에서 식량을 얻고, 가죽에서 옷과 신발 등 잡화를 생산해냈으며, 뿔로 무기와 생활 도구를 만들어 썼다. 실제 지명도 버펄로가 많이 서식한 데에서 명명된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궁금해서 준비한 여행인데,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버펄로란 도시가 더 궁금해졌다. 폭포 외에는 이렇다 할 관광 명소도 특별히 발달한 산업도 없는 그곳의 이름이 그저 '들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지만 7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버펄로의 첫인상은 너무나 휑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거리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었다. 오늘 같은 황금주말에 관광객들이 몰려올 법도 한데 버펄로 버스터미널에도, 나이아가라로 가는 시내버스에서도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알고 보니 뉴욕에서 여기까지 꽉꽉 채워 온 고속버스의 거의 모든 승객들은 캐나다로 넘어가는 사람들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웬만하면 다들 투어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하긴 왕복 버스비나 호텔에서 1박 하는 투어 비용이나 비슷해서 나도 처음에는 투어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짜여진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영 안 내켜서 그냥 혼자 다니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버펄로에서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이아가라 강은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 호(Lake Erie)에서 흘러나와 온타리오 호(Lake Ontario)로 흘러들어 가는데, 그 사이의 낙차로 형성된 것이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이다. 사진의 끝에 있는 호스슈 폭포(Horseshoe Falls)를 경계로 왼쪽이 미국, 오른쪽이 캐나다인데 뭔가 좀 이상했다. 캐나다 측이 화려한 호텔존과 천혜의 자연을 잘 조화시킨 것에 비하면 미국 측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휑하니 말이다. 버펄로 시내에서 느꼈던 고독함이 다시 한번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절정 호스슈에 다다르자 굉음에 가까운 폭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물보라도 점점 거세어진다. 그렇게 나이아가라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10년 전의 그날처럼. 규모 면에서는 남미의 이과수나 아프리카의 빅토리아에 비해 협소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가까이서 메인 폭포를 볼 수 있으니 강렬함으로 따지면 나이아가라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여긴 입장료도 없다. 이과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빅토리아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양측의 입장료가 부담이 돼서 한 군데를 선택해야 했던 걸 생각하면 미국과 캐나다가 주는 이 선진스러운 혜택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미국 측에서는 호스슈의 전체 모습을 볼 순 없어도 상대적으로 물보라가 덜 튀기 때문에 폭포의 모습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무지개도 미국 측에서만 볼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고 앉아 이어폰을 꽂아본다.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가 더없이 어울리는 풍경. 역시 여행과 음악의 콜라보는 늘 옳다.

다시 돌아온 버펄로 시내는 여전히 고독했다. 앤틱한 건물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꽤 흥미로운 도시임에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으니 괴기스러울 지경이었다. 주말이라 다들 놀러 나갔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뭐 유령 도시도 아니고... 설상가상 가게도 다 문을 닫아서 마땅히 먹을 데도 찾지 못했다. 그 많다던 버팔로 윙 맛집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아, 애증의 버펄로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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