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비참해진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교만에 빠진다. 그래서 비교를 죄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왜 우리는 비교지옥에 빠질까?
많은 사람이 비교지옥의 원인으로 '인스타'를 꼽는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다. 인스타는 죄가 없다. 오히려 다른 게 원인이었다. 그건 바로 "3대 이모님" 때문이다.
3대 이모님은 다음과 같다
-식기세척기
-의류건조기
-로봇청소기
엥? 이게 무슨 개뼉다귀 같은 소리냐고? 진정하고 찬찬히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자. 이해하기 쉽게 개조식으로 적어보겠다.
1.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짐
2. 그 에너지 다 못 쓰면? 잠이 안 옴. 그래서 인스타 보게 됨
3. 그런데 3대 이모님께서 내 에너지를 더 아껴줌
4. 그래서 인스타를 더 보게 됨
5. 결국 비교지옥에 빠짐
나도 몇 년 전까진 에너지가 남아돌았다. 당연히 밤에 잠이 안 왔다. 자연스레 폰을 집어 들었다. 불 끄고 옆으로 누워 SNS 세상을 탐방했다. 나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몰려들었다. 실체도 없는 걱정 때문에 잠이 더 달아났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침대에 누웠다 하면 바로 곯아떨어진다. 잠들기까지 5초면 충분하다. 밤 9시만 되면 잔다.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영상 뽑고, 출근해서 학생들 가르치고, 업무 쳐내고, 퇴근해서 밥 차리고, 육아 좀 하다 보면 밤 9시다. 딸과 종이접기 하고 있을 때면 나는 이미 가수면 상태다. 고로 나는 인스타 비교 지옥에 빠질 시간 자체가 없다.
심지어 이거 15년 전 군대에서 다 겪어본 거다.
-일이 힘들면? 내무반이 편함
-일이 편하면? 내무반이 힘듦
20대 초반 남자들의 에너지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녀석들을 한 공간에 몰아놓으면 당연히 노이즈가 발생한다.
일이 힘들면 내무반은 조용하다. 선임이고 후임이고 에너지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다들 그냥 누워 잔다. 하지만 일이 편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이 터진다. 그놈의 잉여 에너지 때문이다.
이 책, <일류의 조건>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도 '잉여 에너지'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단다. 철저히 지쳐야 꿀잠을 잘 수 있단다.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말끔히 써야 한단다. 그래야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단다.
오케이 원리는 알았다. 그럼 구체적인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철저히 지칠 수 있을까? 도대체 에너지를 어떻게 소모할 수 있어요? 5살 제 딸처럼 키즈카페 가야 해요?
저자는 해결책으로 '몰입'을 제안한다. 운동하며 몰입하기, 배우며 몰입하기, 글 쓰며 몰입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그게 왜 좋은지 과학적으로도 설명해 준다. 일본 메이지대 교수면서, '글쓰기'와 '자기 계발' 관련 책을 수십 권 이상 쓴 베스트셀러 작가가 말하니 더 믿음이 간다.
나도 5년 전엔 에너지가 남아돌았다. 그래서 비교지옥에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까지 갈 힘이 없다. 몰입에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다. 잉여 에너지는 우리를 병들게 한다. 인스타 숏폼 쓸어 넘기는 걸로 3시간 날리지 말자. 대신 몰입의 방으로 가자.
나는 블로그도 안 하는데? 인스타도 눈팅만 하는데? 유튜브 채널 개설도 안 했는데? 너는 브런치 작가니까 할 수 있는 거 아냐? "너니까 하지"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도 써보자. 오늘 먹은 점심이 맛있었으면 포스트잇에 한줄평이라도 써보자. 저녁에 본 영화가 재밌었으면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후기를 남겨보자. 그렇게 잉여 에너지를 없애보자. 그리고 꿀잠에 들자.
오늘도 3대 이모님은 당신의 에너지를 아껴줄 거다. 이제 냇가에서 다듬이방망이 두드리며 잉여 에너지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뭐라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