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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Feb 12. 2024

좋았어, 쫄딱 망했어!

김은선, <유튜브, 성공했다 망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3년 동안 썼다. 일일 방문자 수가 3000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 누적 방문자 수는 100만을 향해 갔다. 이제 쭉쭉 올라갈 일만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얼마 뒤, 쫄딱 망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였다.


1. 블로그 운영을 포기한다

2. 다시 0에서 시작한다


온 세상이 나보고 소리쳤다. "공무원은 월급이나 받으며 살아.", "튀려고 하지 마.", "여기까지 했으면 됐잖아. 이 정도에서 만족해."


나도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하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포기하면 뭐 할 건데? 그래서 다시 하기로 했다. 0에서부터 새로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뒤, <선생님 블로그 해요?> 책까지 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깨달은 건 이거다.


"이왕이면 일찍 망해야 한다. 쫄딱 망하면 더 좋다."


왜 망해야 하냐고? 그래야 자기의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가려면 리스크 제거가 필수다. 나도 망하고 나서야 알았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말이다. 다시 시작한 블로그에서는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했다.


'일찍 망해서 다행이다.'


적절한 시기에 망가졌다. 누적 방문자 수 100만? 다시 시작해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더라. 마음만 먹으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숫자였다. 일찍 망한 덕분에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면역이 생긴 거다.


두들겨 맞으며 배우는 건 효과가 확실하다. 면역력도 빠방하게 생긴다. 하지만 뼛속까지 아프다. 그래서 인간은 '예방주사'라는 걸 발명했다.



요즘 나는 유튜브 판을 기웃거린다. 매일 영상을 올린 지도 50일이 되어 간다. 구독자는 이제 갓 100명을 넘겼다.


'성공기 말고 실패기 어디 없나? 예방주사부터 맞고 싶은데..'


원래 실패 스토리가 더 값지다. 하지만 망한 사람들은 조용하다. 그걸 기록으로 남길 힘이나 나겠는가? 두들겨 맞아서 떡실신한 상태인데 말이다. 방전된 상태에선 글쓰기고 뭐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거다.


그래도 혹시 몰라 찾아봤다. 유튜브 예방 주사를 맞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웬걸? 제목부터 찰떡인 책이 있는 거다.


<유튜브, 성공했다 망했습니다>


구독자 200만에서, 계정 해지까지 당했단다. 압도적 클라스다.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압권은 심리 표현이었다. 실용서를 주로 내는 '길벗' 출판사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기승전결 플롯을 따랐다. 저자는 망했을 때의 우울감까지 가감 없이 묘사해 주었다. 나에겐 한 줄 한 줄 효과 좋은 백신이었다.



SNS를 운영하고 싶다면? 꼭 한 번은 망해봐야 한다. 하지만 직접 두들겨 맞으면 너무 아프다. 증상이 심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예방주사를 맞는 게 낫다. 책으로 경험하면 딱이다.


유튜브를 막 시작한 나에게 이 책이 찾아온 건 정말 행운이다. 성공부터 실패까지 소중한 경험을 나눠 준 저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사진: Unsplash의Gary Meulemans


https://youtu.be/wp-Ph6Kf-Mk?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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