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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Dec 27. 2022

막장 인생


나는 막장이다.

대구 동촌 유원지에 있는 어느 막창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막창을 주문하면

막창보다 내가 먼저 등장한다.


막창을 찍어 먹는 장이라서 막장인지 아니면

그냥 막 찍어 먹는 장이라서 막장인지 나는 모른다.

국어사전은 나를 허드레로 먹기 위해

간단하게 만든 된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허드레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며 찾는

그런 타이틀이 내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그냥

막 찍어 먹는 장이 맞는 것 같다.

하여, 나는 메인이 될 수 없다.

사람들도 막창 먹고싶다고 말하지

막장 먹고싶다고 말하진 않는다.

가끔가다 몇몇이 장도 맛있네.

라는 정도로 말 할 뿐이다.


그렇다고하여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 좌절하는 순간

내 인생은 정말로 막장이 된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막창 맛의 8할은 막장 맛이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며,

내가 없으면 사람들이

막창을 먹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땐 막창이 나를 의지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

비록 지금 나는 막장이지만,

서서히 나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빛을 발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여러 막창집의 경쟁력은 막창이 아니라

막장이 될지도 모른다.

그집은 막장이 정말 맛있어.

그래서 또 가고 싶어. 라고 말하며

나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내가 메인이 될지도 모른다.

막장 먹으러 가자고 하는 날이 올 것이며,

막장 한 그릇을 시키면

막창 3인 분이 딸려 올지도 모른다.


"네 인생은 막장이야!" 라는 말이

최고의 찬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함에 나는

허드레로 존재하며

막창을 보조하는 막장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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