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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일웅 Jun 26. 2023

초점을 모아 초점을 공격

마스크 줄로 손톱 자르기


#1.


코로나와 상관없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다.


점심시간쯤부터

마스크 줄이 귀를 아프게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마스크 줄을 느슨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왼손 엄지와 검지 손톱으로

마스크 줄을 꾹 눌러 잡고

오른손으로 마스크 줄을 쭉 잡아당긴다.

손톱과 손톱 사이를 지나며 마찰된 마스크 줄은

느슨해져 귀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마스크 줄은 손톱과 손톱의

접점 한 곳에 마찰되면서

팽팽한 상태에서 찰과상을 입으며 

상처만큼 느슨해진다.


그런데 이때 상처를 입는 건

마스크 줄만이 아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마스크 줄은

기존의 털실 같은 무딤에서

실 같은 날씬한 형태가 된다.

약해 보이는 듯 하지만

힘을 한 점으로 모아 버티는 긴장 상태다.


날 선 힘이 손톱의 한 점에 마찰되면서

그 손톱의 한 점도 찰과상을 입는다.

날렵해진 마스크 줄이 긁고 간

내 왼손 엄지손톱은 한 부분이 v자로 파여 있다.


마스크 줄보다 손톱의 강도가 세지만

약한 것이 힘에 초점을 가지니

보다 강한 것을 베어 냈다.


마스크 줄이 손톱을 자르듯

한곳에 집중된 힘으로 한 곳을 집중 공격하면

보다 강한 것을 이긴다.


초점을 모아 초점을 공격하면

힘의 상식을 위반하는 것이다.

숨은 힘폭발적으로 발휘된다.


마스크 줄에 잘려나간 손톱을 보며

몰입과 목표에 대해 생각했다.



#2.


"이광이 돌을 쏘다(이광사석)"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이 바위를 뚫는다는

일념통암의 뜻입니다.

전한 때의 명장이며 명궁인 이광이

취중의 야심한 밤 산길에서 맹호를 만났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호랑이를 쏘아 맞혔습니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화살이 꽂혀 있는

큰 바위를 발견하였습니다.

-신영복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 중 '이광사석' 전문-


몰입은 한 곳으로 초점이 극도로 모아진 상태다.

그리고 목표는 공략해야 할 초점이다.


이광은 호랑이 앞에서 오직 살아야 한다는데

마음의 초점이 극도로 모아진

몰입 상태였을 것이다.

그 힘을 화살에 실어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날렸다.

그리고 바위를 뚫었다.


이광의 화살이 바위를 뚫듯

초점이 모아진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몰입 상태로 돌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3.


회사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이라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었다.

다른 생각은 끼어들지 못했다.

한동안 세상이 나와 그 문제 둘 뿐이었다.

결국 그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람은 누구나 몰입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도 몰입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 몰입의 힘을 제대로 써보고 싶었다.

나를 위한 몰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온통 자리 잡아

쉬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잊게 만들 그런 것을 향해.

그런 것은 나의 목표여야 한다.

세상에 나와 그 목표 둘 뿐인 느낌으로

한동안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목표가 없이

무언가 이루고자 했던 건

치명적인 실수였다.

이제 그 목표를 정해서 그 하나에 초점을 두고

모든 에너지를 한 점으로 쏟아부으려 한다.


내 몰입 대상이 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그런 목표를 정하는데

남은 2023년을 쓰기로 했다.


이제 매일 아침 

마스크 줄로 손톱을 자르는 것을 시작으로

나의 몰입 대상이 될

목표정하기에 매 순간 몰입하고자 한다.


목표 정하기에 몰입하 초점이 모아진 상태로

한 점이 된 목표를 찾아내면

그 초점을 향해 날린

나의 초점 잡힌 화살은 뚫지 못할 것이 없길 바란다.


초점을 모아 초점을 공격하기 위한

전투 준비태세가 지금의 마음가짐이다.

굉장히 설렌다.

어떤 목표가 정해질까?


목표를 찾았을 땐 이미 몰입 상태일테니

그때부터 마음껏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리면 된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고 없고의

한 끗 차이가 가져올 결과의 끝 차이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크기보다 클 것이다.


과녁을 향해 날린 화살은

최소한 과녁 근처에는 간다.

-어디서 봤더라?-




인류 최초의 소행성 무인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1월에 명왕성으로 발사되었고

2015년 7월 15일에 명왕성 탐사에 성공했다.

47억 km를 정확하게 날아갔다.

비행기로 3300년 날아가야 할 거리였다.

누군가가 질문했다.

'뉴호라이즌스'호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

누군가가 대답했다.

"명왕성을 향했고, 명왕성을 향해 움직였다. 그뿐이다."

-이건 또 어디서 봤더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쪽으로만 향해 움직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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