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여행자 Feb 24. 2021

때문에

그말이'덕분에'가되도록 

잘되면 내탓, 못되면 남탓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간사한 심리 일수도 있는데 열이면 열 누구나가 어떤 상황이 생겨 그 상황에 일이 잘 풀려가면 그건 '내 탓'이고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간다 싶으면 그건 또 '남 탓'이 되어버린다. 

잘하면 내가 잘 해서고, 못하면 남이 못해서 그렇다고 책임을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런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이 편해질 것도 아닌데 이상한 심리전은 전염병처럼 그렇게 똑같이 사람심리는 다 거기서 거기구나 라고 생각되게 만든다. 


양송이 버섯 농사를 지으면서 매번 들었던 생각이었다. 버섯은 수확하기전에 엄청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물이다. 버섯은 주인 발자국소리 듣고 큰다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그만큼 자주 들여다봐줘야 하고, 온도와 습도에도 민감해서 진짜 급한일이 아니고는 집을 비워서도 안되는 정말 예민하고도 극성스러운 작물 중에 하나였다. 그 과정들을 거치고 나면 수확 기간이 길게는 5일정도 있는데 매일 아침 저녁으로 수확을 해줘야 하기때문에 일손이 부족할때가 많았다. 그때 고정으로 우리집에 와서 버섯을 따주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그분 생각이 갑자기 난다. 본인 스스로 버섯수확에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면서 이집, 저집 예약을 받아 버섯을 수확해주던 분이었는데 주인은 난데, 수확기간만 되면 내가 그 분이 고용한 일꾼이 된 것마냥 움직여야 했었다. 

그때는 경험이 많은 분이시니 그려려니 하고 내가 따라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움직였다. 

버섯은 그날그날의 버섯 컨디션에 따라 달라졌다. 어떤 날은 날씨도 도와주고 물의 양도 습도도 적당해서 버섯이 통통하고 하얗고 예쁘게 잘 크는가 하면, 또 어떤날은 비가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모든 것이 어긋나 버섯 상태가 말이 아닐때도 있었다. 

그런 때에는 수확을 하면서도 큰 재미를 볼 수가 없었는데, 다 수확해서 그날 밤 청과에 올라간 버섯의 가격이 정해질 때면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이 상태는 살짝 습기가 많았던 상태였는데, 같은 버섯들을 수확해도 사람손의 열기 때문에 그 열기를 받으면 버섯이 놀라서 표면이 빨갛게 변해버린다. 정말 티끌 하나없이 하얀 버섯을 수확하기란 그래서 힘들다. 

그런데 베테랑 답게 아주머니는 하얀 버섯을 정갈하게도 잘 따신다고 나도 생각은 했었다. 중간 중간 솎아주어 옆에 있는 버섯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잘 하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격을 받은 그 다음날, 시세에 따라 잘 받았다고 하면 " 거봐, 지우엄마 내말 듣길 잘했지? " 라고 스스로를 추켜 세우시고 그렇지 못한 날에는 " 지우엄마가 손자국 내 놔서 그래" 라며 다 너때문이라고 돌려 말을하셨다. 

늘 들어오던 말이라 그려려니 했으면서도 지나고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 양송이 버섯 수확 사진을 찾아봤다. 누구 때문이라는 말이 어디 있을까? 모든 상황에 선택은 언제나 내 몫인 건데. 

잘되면 상대방 덕분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잘 안되면 내가 잘 못해서 그런가보다 하면 마음이 편할텐데. 

사람들은 희안하게도 일단은 남 탓을 하고 본다. 그렇게 그 상황에서 나는 일단 한발 물러서 버리는 것이다. 


비겁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고 싶지는 않다. 어떤 상황에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내 탓이라고 내가 좀 더 잘 했어야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남을 탓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는 사람들에게 결국 그런 상황은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내 탓이었다고 생각하고 고쳐가는 사람과 무조건 남 탓이라고 생각하고 결과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하고의 차이는 거기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하는 일마다 잘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때문에, ....탓이야라며 

상대방을 혹은 다른 상황을 탓할 필요는 없다.

잘못 된 일은 바로잡으면되고, 실수 한 일은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되고, 잘 안풀렸던 일은 풀리게 만들면 되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날들이, 모든 순간이 다 좋을 수 만은 없다. 


작가의 이전글 적응하는삶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