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해 놓고, 전부 다 이해한다고 해 놓고, 마음 편해지자고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순간순간 잊어버리고 또 습관이 된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는 일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 기분이 이만큼 엉망이 됐으니빨리 어떻게 좀 해줘봐 하는 행동과 말이 사실은 상대방에게 어느정도의 한계선이 부딫히면 당연히 도망가고 싶을거라는 그 이치에서 늘 벗어나곤 했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내가 상대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지나가는 타인 만도 못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그 폭이 좁았던 탓이라고 또 선을 그어본다.
다른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말고 그냥 내 인생을, 우리 인생을 살아가면 되는 날들임에도 뭐가 그렇게 마음에 화가 가득했는지 하필이면 또 그 화를 가장 가깝고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에게 쏟아냈는지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니지...아니구나. 쏟아냈다기보다는 온 몸으로 말로 행동으로 나 지금 예민하니까 건드리지말라고 가시를 세우고 날을 갈고 있는 모습으로 함께 한 것이 화살이 된 것이겠지. 생각하니 나라는 사람이 참 이기적이구나 싶다. 문제는 '반복' 이었다. 같은 실수를, 잘못을 똑같이 똑같은 패턴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것에 그 사람은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내가 그 이후에 쏟아내는 말들은 그냥 미안함과 사과가 아닌 변명에 불과한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임기응변 밖에는 지나지 않았다.
입장이라는 것을 바꾸어 생각해보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참아내지 못하고 곧바로 표현을 했을지도 모르지. 성격 급하고 바로바로 질러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는 사람은 그러하겠지.
그만이라고 했다.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마음이 출렁이고 숨이 가빠오며 심장이 멎는 듯한 그 말 역시 반복이었지만 선택의여지가 없음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싶게 더 이상은 상처받고 싶지 않다며 벽을 치는 모습을 막아 설 수 없었다.
이쯤되니 정작 나는 상대방을 위해 마음 하나 편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어디로 간건지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 보았다.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으니 아픈 과거에만 머물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지 말자던 그의 말이 내내 가슴에 내리 꽂혔다. 그렇게 미래를 살아가자고, 좋은 생각을 하며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지나간 상처와 사람에게 벗어나 새롭게 살자는 그의 말을 나는 간과했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그것마저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모르겠어서 늘 고민을 들어주던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꺼이꺼이 울음이 터져나와 말을 할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언니는 " 그래, 울고 싶을땐 울어야지, 뭐가 그리 너를 짓누르냐....울어라..그래..." 라며 수화기 넘어 아무말을 하지 않지만 기다려 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언니가 그런다...." 욕심" 이라고.
그 사람도 사람이라고. 근데 너는 그냥 너밖에 모르는 어린애 같다고. 똥을 피해 가자고 하면 피해가면 되는데
너는 꼭 그 똥을 밟아보고 아...똥이구나 하고 그때서야 현실을 파악한다고.
한 살이라도 먼저 세상을 살았던 사람이니 피해가자 하면 그럴만한이유가 있다고 하고 뜻을 같이 해줄줄도 알아야되는데 욕심과 고집과 아집이 너를 자꾸 니 안에 가둔다고 언니는 그랬다.
갈등이 생겼고, 마음이 상했고, 지금으로써는 너의 사과가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일일수 있으니 그사람 마음도 쉬어갈 수 있게 사과는 그 다음에 해야 맞을 것 같다고 언니가 말했다.
내 마음 편하고자 하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억지로 매듭을 풀어서 내가 얻고자 하는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