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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대로의 삶

르완다 Digital Ambassador 1

by 딸리아 May 22. 2023

모처럼 아침 일정이 없어 더 없이 평안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 먹고 슬금슬금 운동하러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에어콘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이 곳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6시 즈음에 근처 짐(Gym)엘 다녀왔다.

호텔 내 Gym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운동복을 챙겨왔는데, 그래도 다행히 근처에 사설 Gym이 있어 2주일에 3만(프랑달러, 3만원 정도)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

오늘은 10분 걷기, 20분 달리기로 30분 정도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스트레칭 좀 하다가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Gym을 끊은 이유 중 하나는 샤워실 이용이라고 해야 할까?


호텔 내 샤워부스가 온전치 않다. 배수구가 바닥보다 높아 금새 물이 고여 샤워를 하다보면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닌다. 하루 딱 한 번만, 그러니까 아침에만 샤워부스를 사용한다. 방 청소가 되어야 샤워부스의 물도 사라진다.

내 방은 이 정도면 준수하다. 다른 동료는 샤워부스의 문이 없고 화장실이 방바닥보다 높단다. 샤워부스의 물이 넘쳐 화장실 바닥으로 흐르면 바로 방으로 물이 들어온다. 어떤 동료의 샤워부스는 바닥이 깨질 것 같아 살금 살금 사용하고 있단다.

방마다 화장실 사양이 다르고, 냉장고며 책상이며 소파며 갖가지 기기들이 있기도 없기도 하다. 똑같은 돈 주고 들어 왔다며. 서로들 자기방 컨디션에 대해 얘기하는 데 말투는 불평이 아니라 이해이다. 많은 개도국의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이라 이들의 특성이 이들의 형편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


르완다는 해발 1500m 이상 고산의 평균기온은 15-27도로 온화하다. 일찍이 새마을 운동이 들어온 탓에 도로나 거리가 잘 정비되어 있으며, 수도 키갈리를 벗어나 다른 주(province)로 가다보면 길 양쪽에서 뭔가 정리하는 듯한 무리들도 볼 수 있다. 

'천 개의 언덕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언덕을 산을 오르고 내려야 하며, 학교나 병원 등 곳곳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차로 언덕을 오르는 곳곳에서 자전거에 큰 짐을 싣고 팔에 힘 가득 주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힘들다기 보다 일상인 듯한 그들의 표정에서 나도 편안해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인지 뛰며 손흔들어가며 신나게 오른다.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빨간 흙의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이제부터는 자리를 고쳐 앉아서 어디든 붙들어야 한다. 안전을 담보하고 바닥의 울퉁불퉁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렇게 10분, 15분 가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가 나타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읍(sector) 단위의 정보화교육장(?)에서 Digital Literacy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 열린다. 우선 읍장님과 잠깐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는 컴퓨터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서 공간과 컴퓨터, 이용객에 대해 현황조사 및 인터뷰를 한다. 

교육장 밖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이들의 눈빛에서 따뜻함과 호기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똥그란 눈으로 안 보는 듯 보는 듯 하며 우리들을 주시한다. 마을에 자동차가 들어왔다는 것도 큰 일인 듯, 자기들과 다른 사람들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나도 함께 그들을 바라보며 눈인사를 나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르완다 국민의 Digital Literacy 증대를 위한 ODA가 진행 중에 있다. 월드뱅크와 GIZ 등에서 18-35세의 Digital Ambassador로 키우고 있는데, 우리는 이들의 향후 역량개발 로드맵과 관리자 Supervisor 를 위한 교육과정, 그리고 정보화교육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의 개선전략 개발을 하게 된다.


일주일을 수도 키갈리에서 보내는 내내 이들을 보는 내 눈이 편안해서 좋다.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곳에 와서 영어를 잘 못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나도, 가난한 땅에서 태어난 이들도 주어진 삶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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