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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Work & Flow

예술 노마드의 향유 #13 _ 독서노트

by 딸리아

Cal Newport의 Deep Work를 읽으며, 나는 이 책이 단순히 "집중해서 일하라"는 메시지를 넘어, 몰입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크게 와 닿았다. 책을 읽는 동안 Deep Work와 Flow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두 개념의 차이와 상호 보완성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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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는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순간"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Deep Work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행동 패턴과 습관을 통해 몰입 상태를 만들어내는 구조적 시스템이다. 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① 지속성

Flow: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경험

Deep Work: 계획되고 지속 가능한 루틴

② 통제 가능성

Flow: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통제하기 어려움

Deep Work: 의도적으로 환경과 행동을 설계하여 통제 가능

③ 목적성

Flow: 활동 자체가 목적

Deep Work: 생산성과 가치 창출이 목적


저자가 제시하는 Deep Work의 네 가지 전략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몰입을 이끌어 낸다. 첫 번째, Monastic 접근법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은둔자처럼 집중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 전략을 2011년 박사 논문 기간 중 교통사고로 받은 2주간의 병가 기간의 논문 작성과 2013년 퇴사 후 제주도에서 보낸 3주간의 학술지 논문 작성 기간에 적용했다. 두 번째, Bimodal 접근법은 일정 기간을 완전한 집중과 일상적인 활동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으로, 나는 주말을 활용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공부 또는 업무에 집중했다. 세 번재, Rhythmic 접근법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Deep Work를 수행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방식이다. 나는 석사 논문 작성 시기와 직장 생활할 때는 아침 6시에서 9시까지의 시간을 활용하며 적용했다. 마지막 Journalistic 접근법은 틈나는 대로 Deep Work를 하는 방식으로, 가장 유연하지만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절제력을 필요로 하는 전략이다. ‘요이~ 땅’ 해야 뭔가 시작하는 나로서는 적용하기 힘든 방식으로 딱히 기억나는 경우가 없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Deep Work 전략들은 대부분 논문 작성이라는 깊은 사고와 집중이 필요한 학술 작업의 특성상 특히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특히 석사 시절의 경험은 Deep Work와 Flow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시기였다. 매일 아침 7시에 도서관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오후 2시쯤 학교 안에 있는 클래식 음악실로 가서 1시간 정도 정신을 재충전한다. 이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고 공부를 하다가 저녁 7시쯤 귀가하는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일상을 살았다. 이때, 처음으로 Flow를 경험했다. 시간이 순삭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몰입감과 정신적 충만함,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루틴된 일상 속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것이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규칙적인 몰입과 음악실에서의 회복, 반복되는 리듬 덕분에 결과적으로 좋은 논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Deep Work는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Flow 상태를 더 자주, 더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기반이다. 대학원 시절의 규칙적이고 몰입된 일상이 Deep Work의 원칙에 잘 맞았고, 그러한 환경에서 나는 깊은 몰입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과 패턴 속에 있다. 대학원 시절의 규칙적인 리듬은 사라졌고, 현실의 작업 공간은 더 이상 즐거움을 주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내가 만들어낸 연구 환경과 리듬 속에서 몰입했던 순간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순간들을 애써 만들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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