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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Nov 10. 2023

짜증 나는 인간들 : 시가 친척들

어디서 개가 짖네

제목이 가히 공격적이라고 느껴질 분들을 위해 결혼 전후로 대단하신 시가 친척들에게 들은 개소리 탑 3 먼저 공개하겠다. 참고로 모두 남편의 큰아버지 댁 자녀들(그들은 자매지간)에게서 들은 말이다.


1. 몇 살이라고 했지? (서른 둘이요) 노산이네.

2. (제사가 끝나고 남편을 부르며) XX아, 너거 마누라 일어나서 상 치우라 해라.

3. (2번 개소리의 화자가 남편에게 귓속말로) 다음에는 아기랑 같이 보자^^


1번은 결혼 전 처음 인사를 갔을 때 들은 말인데(타지에 있는 남편의 큰댁까지 왜 인사를 갔어야 했는지 아직도 잘 이해는 안됨), 이것보다 더 황당했던 것은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시어머니가 호호 웃으시며 나이 많다고 노산이라 그러네~ 하며 동조하셨던 것이다. 서른둘이 많은 나이인지도 모르겠고, 노산인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심지어 그때는 현 남편 전 남자 친구와 아이 없이 사는 것에 대해 합의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들어온 노산 공격이 어이가 없었달까. 그 말을 했던 그 사람은 그래, 무례하고 상식이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그 상황에서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평생 갈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개소리는 결혼을 하고 처음 갔던 큰댁 제사에서였는데, 다행하게도(?) 음식 준비까지 했던 것은 아니고 다만 제사에 얼굴만 비추는 정도의 예의를 보이러 갔다가 어택을 당한 것이었다. 내 조상 제사에도 안 가는 내가 넘의 조상 제사에 참석을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지는 못 할 망정 상을 치우라굽쇼? 그 소리를 듣자마자 대번에 나는 남편의 허벅지를 치며 '오빠 가서 상 치우래'로 응수하며 그 집 부엌에는 발가락도 들여놓지 않았다. 손님이 와도 과일하나를 내놓지 않는 집이었다. 제사 때문에 몇 시간 머무르는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내가 상을 치웠다면 육전이라도 하나 얻어먹을 수 있었을지도?


그렇게 제사가 끝나고 그 집을 나서는데, 2번 화자가 대뜸 남편을 붙잡더니 귓속말로(시늉을 하였으나 나에게 들리도록) 다음에는 아기랑 같이 보자는 거다. 남편은 예예, 하고 돌아섰지만 정말 저런 주옥같은 멘트들은 어디서 배우는 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남편네 제사에는 발길을 끊었다.


이제 와서 그 일을 곱씹으며 글을 쓰는 이유는 내일 있을 시가 친척 결혼식에서 그들의 얼굴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대화 나눌 일을 피할 생각이지만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자체만으로 이미 짜증이 난다. 내가 또 망언을 들을 시, 또는 그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당신이 될 거라며 남편을 단속했지만 남편은 아무 죄가 없다. 하지만 위의 개소리들을 들은 나는 뭐 죄가 있어서 들었나? 몰상식한 인간들은 이렇게 죄 없는 사람들의 성질을 돋운다. 부디 내일 새로운 개소리가 업데이트되지 않기를, 나의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버전 업데이트 시 댓글에 달아두어 평생 박제하겠음.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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