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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ug 04. 2024

노력해야 하는 연애 1

<남자 1편> 나를 경계하는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 네가 지나치게 예쁘게 하고 나왔다. 우리, 진짜 데이트하는구나. 아직 우리가 연인관계라고 정리된 건 아니지만. 요 며칠간 연락이 잘 안 돼서 나 진짜 마음 졸였거든. 누가 널 채 갈까 봐-.



“근데, 나는 오늘 너를 만나서 이 관계를 끝내야 될 것 같다 말하려고 했어.”

너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왜 이렇게 예쁘게 입고 나와서는, 왜 너한테 더 반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우리의 목적지는 같지 않다고 말하는 걸까.


“미래에 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아서. 네가 날 따라다니기엔 버거울 것 같아서.. “

너는 고개를 떨구고 이야기한다. 그래, 네가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다 얼핏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내 옆에서 어학 공부하는 걸 본 것 같기도 하다.


아예 모른 것도 아닌데-,

짧은 호흡을 내쉰다.



“응, 너 마음 충분히 이해해. 나보다 사회생활 시작한 지도 오래돼서 경험도 많을 거고, 여자니까 우리나라에선 조급함도 더 할 것 같네.”

너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눈빛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의견에 수긍해 줘서 고맙다? 그런 긍정적인 표정은 아닌데.

“그래도 난 너랑 연애. 하고 싶어.”



우리는 얼마 전 갑작스레 만나, 너는 ‘넌 웃는 게 정말 예쁘구나. 착하기도 하고.’ 칭찬하며 내게 여자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근데, 글쎄. 너에게 끌려버렸나 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한 듯 내 칭찬을 마구 내뱉어서 정신이 혼미하다. 생각해 보면 나, 원래 예쁘게 웃는 게 아니라 너한테 예쁘게 웃는 거일지도.

근데 있잖아. 네가 너무 예뻐서 그 얼굴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어쩌다 보니 옆자리에 앉아 술 한잔, 그러다 보니 은근슬쩍 스킨십을 나눴다.



근데, 오늘 만나기 전까지 너의 반응이 너무나도 미적지근했다. 분명 너도 내가 이성적으로 끌리고 있었잖아.

결국 언제 만나 줄 거냐고 매달리고 매달렸다. 네가 있는 곳으로 당장 튀어갈 테니, 빨리 만나달라고 보챘다.

빨리 네가 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난 오늘, 너는 미루고 미뤄온 듯한 말들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시작도 안 해봤잖아.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

너의 동공이 흔들린다. 나중에 누군가는 상처받을 게 뻔해서, 가슴이 너무나도 시릴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잘해 줄게. 만나자, 우리.”


너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근데, 막차 언제야? “

”막차 이미 끊겼어. 너랑 있는 시간이 더 좋아. “

“그러면 어떻게 집에 가..? “

“이 근처 숙박업소 잡아서 자고 가야지.”

그래도 괜찮냐는 말이 괜히 좋다가도 씁쓸하다. 분명 너도 나랑 같이 있는 이 시간이 좋다는 것 같은데. 싫었으면 나를 등 떠밀어서라도 집에 보냈을 거 아냐.


우린 술집에서 마감시간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뜬다. 아쉽다-. 같이 더 있고 싶은데. 입술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내가 묵는 숙박업소까지 조용히 걸었다. 생소한 동네여서 길을 잃을 뻔해서, 네가 지도를 같이 봐줬다. 걷는 동안 너의 미간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다.


“.. 나도 너랑 같이 자고 가도 돼?” 네가 잠시 멈춰서 내 옷깃을 잡고 이야기한다.

인내심 테스트 하려는 거구나, 너. 내가 잘 이겨내 볼게. 테스트를 통과하면, 우리 연인으로 발전하는 거지? 그게 아닌데 따라오는 거면, 너 진짜. 진짜 나쁜 년인 거야.


근데 왜? 여기 너네 동네잖아. 충분히 집에 갈 수 있잖아.

입 밖으로는 “편한 대로. “라고 답하지만 속에선 혼란의 파도가 일었다. 네가 날 갖고 놀려는 걸까-, 그럼 나 너무 상처일 것 같은 데.

 

내 답변을 듣고 민망한 지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마저 했다.

“.. 무슨 뜻 인지, 알지?”

생각보다 내가 반응이 너무 시큰둥했나? 어쩌겠어. 네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난 혼란스러운 걸.


너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열 두시가 넘어가 다음 날이 된 화면을 보여준다.

아니, 날짜를 보여준다. ‘8월 4일, 오늘부터 1일.’ 하며 배시시 웃는다.

황당하다가도, 이내 기분이 좋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왜 이렇게 예뻐.” 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잘해줄게. 잘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확신해. “

너는 내 말에 잠시 내 얼굴을 마주하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 오래 가자, 우리.” 너는 내 손을 세게 고쳐 잡았다.




가을이 다가왔다.


네가 나의 자취방에 머무는 날들이, 머물지 않는 날들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묘한 이 안정감 때문에 모든 게 좋았다. 초반에는 너무나도 예쁜 너에게 누가 말을 걸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이제 하루하루 같이 있다 보니 불안하지 않다. 결혼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너와 결혼하면 꽤나 행복할 수도.




“같이 산책할래? 오늘 날이 선선해서. ”

우린 일어나 편한 옷을 입었다. 노브라(no bra)로 가도 되냐는 너의 장난 어린 질문에, 나도 모르게 미쳤냐고 정색했다.

너는 ‘왜에-. 겉옷 입으면 티 안나잖아. ’ 하지만,

지나가는 남자들이 모를 것 같아? 얼른 입어. 안 입으면 나 너 여기 묶어 둘 거야-! 했다. 반 진심이야.


너는 푸흐흐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주섬주섬 주웠다.


.

.


“난, 연인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주사가 어떠냐가 엄청 중요한 것 같아. 처음 남자친구가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겨서는 욕하고 그랬거든. 첫 연애가 그래서 그런가. 좀 예민해진 것 같아. ”


내 손을 잡고 걷던 네가 자신의 연애관 중 하나를 털어놓는다.

“상대방의 무의식에서도 내가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구나. 답한다.


“그리고 이성친구, 게임. 존중은 하지만 연인보다 우선이 되진 않았으면 해. 나도 이성친구들 있고 게임도 하니까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냐.”


너는 과거에 함께 있을 때에는 게임하느라고 집에만 박혀 있고 싶어 하는데 , 여자인 친구를 만나러는 밖에 나가 연락이 안 되는 연인을 만났을 때 속상했다고 한다.


”매번 최우선으로 챙기기보단 연인이 필요로 할 때에도 그것들이 우선이 되는 건 좀 서운할 것 같아. 근데 뭔가, 게임이나 이성친구 때문에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건,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라지는 것 같아. “



그러니까, 질투한다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하는 건가? 근데, 괜찮을 것 같아.


“난 게임 그렇게 길게 안 해. 길어도 2-3시간. 술 마시는 이성친구들도 끽해봐야 네가 다 들어본 애들.”

애초에 네가 안 믿기 어려운 환경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여자애들, 다 너보다 못생겼어. 질투 안 해도 돼. “


“.. 질투, 그게 단순한 질투는 아니야.

연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 내가 이 사람을 늘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표 같은 게 되니까 깨버리지 말아 달라는 거지. “

질투가 아니라고 하지만, 귀엽기는.


“난 방임형이야. 네가 뭘 해도 그다지 신경을 안 써. “

“그렇구나. 근데, 믿음이 있어야 그것도 가능한 거 아니야? 신뢰가 쌓이면 나도 그렇지. “

“그렇긴 하지.”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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