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지휘관을 만났지만 가장 어려운 부류의 지휘관을 뽑자면 ‘결정해주지 않는 지휘관’이다.
지휘관은 부대에 관한 모든 종류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지멋대로 해서 지휘관, 참고 참아서 참모라는 말이 있겠나. (물론 이제는 당연히 규정 안에서 그렇다)
당장 훈련을 하고 업무를 해야 하는데, 지휘관 입에서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그 아래 있는 부하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공격을 감행할지, 작전상 후퇴할지, 일단 엄폐해서 생존성을 보장할지 결정해주지 않으면 부대는 사분오열에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그 어떤 임무도 달성하지 못한 채 전투력이 붕괴되어 버리고 만다.
완벽은 바라지도 않거니와 뭐라도 결정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결정을 유보하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 비단 군대 이야기나 전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당장 당신의 삶에 치환해보아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무얼 할지, 언제 할지, 어떻게 할지, 어디서 할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상관없다. 결단을 내리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정답’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 것인가.
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기회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냐는 말이다.
당장에 당신의 삶을 결정해주지 않으면 당신은 가라앉고 끝나고 사라져 버릴 것인데. 당신은 당신 삶에게 가장 나쁜 지휘관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