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

아빠는 노래를 왜 불렀을까

by 아빠 민구



하루를 돌덩이처럼 잘 빚어, 아랫돌 위에 새 돌을 쌓아 올린다. 그래도 탑이 나름 균형 있게 올라가는지 모양이 무척 안정감 있어 보인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가, 모든 노력을 쏟아낸 흔적은 아이들 여기저기 묻어있다.


아이들은 책을 즐겨 보고, 장난감을 제법 잘 치우기 시작한다. 손 씻기나 양치도 스스로 하려고 노력한다. 먹을 때는 잘 앉아서 먹으려는 척은 한다. 어른들에게는 정확한 존댓말을 써가며 대화를 하는 것도 기특하다.


그렇게 아내의 헌신으로 아이들이 잘 교육받으며 자라고 있으니, 이따금씩 아이들에게 생겨났었던 얄미웠던 감정들은 어느새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다. 마냥 귀엽고 이쁜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 이 감정을 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제도 하루를 꽉 채워 보내고, 10시가 되어 아이들이 잘 준비를 했다. 장난감을 치우고 이불을 펴는 것도 스스로 했다. "양치해야지"라는 말에 강아지 두 마리는 종종 걸어 화장실로 갔다.


이미 눈꺼풀 위로 잠 기운이 가득한데, 함께 누워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기도 끝에 평화로운 목소리로 "아멘"을 함께 외운 아이들에게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 제법 쌀쌀해진 기운을 막는다.

(둘째는 언제나처럼 1초 만에 이불을 걷어찬다.)


"아빠가 노래해줄까-"

"네, 해주세요-"


노래가 시작된 지 30초나 지났을까. 새근새근 숨소리가 화음을 넣고, 육아의 퇴근시간 되었다.


하지만 육아 초과근무가 시작되어, 노래는 10분을 넘기도록 멈추지 않았다. 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내 노래에서 저런 평화로운 얼굴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무도 듣지 않는데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노래엔 가사도 없고 같은 구절이 허밍으로 반복될 뿐이었다. 그 순간에도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아!! 이 기분을 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분명 조금만 더 커도 아빠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질 테고, 문을 닫고 들어갈 텐데! 이렇게 이쁜 순간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했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지친 하루, 온전히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방전된 체력은 아이들 옆에 누워 노래를 부르는 잠시 동안 (남은 두 시간을 아내와 놀아줄 만큼) 충분히 충전되었다. 이 맛을 알기 때문에 셋째를 낳고 싶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서 아이에게 사랑이 흘러가고, 아이는 부모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오늘 밤에도 노래 한 곡 불러주고 행복을 받으러 가야겠다.


20200831_185346.jpg 행복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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