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괄약근 빼고 모두 릴랙스 플리즈

by 아빠 민구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격상되면서 골프채를 모셔두고 한 동안 못 가게 되었었, 드디어 최근에서야 골프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운 좋게 우리 동네에는 골프 레슨을 할 수 있는 곳이 많고 가격도 저렴했다.


골프. 역시나 생각했던 것처럼 채는 길고 공은 작은 운동이라 높은 정교함이 요구되었다.

언제나 무식하게 힘을 앞세우던 나였지만, 이젠 근력이 예전 같지도 않을뿐더러 괜히 다치면 큰일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골프를 배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역시나 힘을 빼고 치니 정확도가 올라가고 힘을 주지 않아도 [핑-]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날아간다.



경쾌하게 날아가는 골프공을 보며- 문득, 내가 정말 존경하는 지휘관께서 전 부대를 떠나기 전에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윗사람들 보기에 싸가지 없이 군 생활해야 잘하는 거야. 더 이상 복종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야. 자세랑 목소리에 힘 좀 빼고 군생활 해. 그게 잘하는 거야"


"아-! 네." 그 말을 들으며 단말마와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사는 모든 것들에서 대부분의 경우 힘을 빼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힘이 과하게 들어가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대중 앞에서 연설하며 긴장하는 것도, 승부차기에서 공을 날려버리는 것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노래 부르며 삑사리 내는 것도 모두 다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서 그렇다.


어깨에 힘을 빼고 얘기하면, 내 앞에 있는 후배도 선배도 결국엔 같은 목적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서로 화내고 닦달하고 신경 질부 릴 필요는 전혀 없어지고 목표를 위한 대등하고 열린 의견교환이 가능해진다.


전화만 하면 상황에 관계없이 욕을 하는 선배가 있다. 항상 불만이고 지적이다. 분명 뒷목에 긴장감을 올려놓고 전화를 하면서 쩔쩔매곤 했었는데,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닿았다. 잘못한 게 없는데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건 무시하거나 반박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전달하게 됐다. 결국엔 힘주는 사람이 지치고 스트레스받게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골프로 돌아와서,

이제 드디어 7번 아이언의 풀스윙까지 배웠으니 드라이버만 배우면 스크린 골프라도 한 번 가야겠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필드까지 나가보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아내도 만삭으로 점점 힘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나의 학업도 과중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일상에서 힘을 좀 빼고 골프를 치는 것도 내 인생에서 힘 빼고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을 빼고 공을 쳐야 공이 '핑=' 날아가듯, 내 인생도 가볍게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힘들다고 힘든 티만 내고, 시간 없다고 일에만 매진하고, 끝장 볼 기세로 몰아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인생의 국면으로 들어온 것 같다.


힘을 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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